‘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 펴낸 이수형 서울대 교수, 한국 교육 꼬집어 AI발달로 취업시장 급변하는데 학벌지상주의 ‘우물 안’ 못벗어 성적보다 좌절않는 마음 키워야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학부모가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고 노후 준비를 하는 등 자기 인생을 살아야 자녀들이 부모 걱정을 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4일 만난 이 교수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책을 쓴 이유를 묻자 “내가 기업인이면 한국 대학생들을 뽑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책에서 그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취업시장은 급변하는데 아직도 소위 명문대 입시에 목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과 한국에서 모두 공부하고, 학생들을 가르쳐보니 ‘학벌 지상주의’의 폐해를 여실히 깨달았다”며 “서울대를 나와도 하고 싶은 일이 없고, 전문성이 낮으니 해외 취업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가 제시하는 건 ‘투자수익률’이다. 대학에 진학할 때 상위권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아무 학과나 선택하는 게 아니라, 공학 등 취업률이 높은 과에 진학하라는 것이다. 화학공학, 컴퓨터공학 등 미국 취업시장에서 높은 임금을 받는 과에 진학하는 것도 해외 취업에 도움이 된다. 그는 2021년 구글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 AI 개발자 기술 경연대회 ‘캐글’에서 우승하며 이런 점을 깨달았다.
“졸업 후 삼성에 취업하고 싶다고 막연히 말하는 학생이 많아요. 하지만 삼성에 가서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 정한 학생들은 거의 없죠.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하면 삼성이 아니라 애플에서도 일할 수 있어요.”
그는 영어 유치원 등 영어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가계 경제에 무리가 돼 부부싸움을 벌이지 않는 수준으로만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또 “스스로 자산을 투자하고 대출받는 성인에게 통계 지식이 필수인 시대라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되면 안 된다”고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초고난도 ‘킬러 문항’을 내지 못하게 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학부모에게 당부했다.
“학교 성적만큼 자녀의 정신적 건강도 생각해 주세요. 아이들이 좌절하지 않는다면 대학 진학에 어려움을 겪어도 대학원 진학, 취업, 사회생활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