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 사태] 3월 연체율 급등-위기설에도 방관 일부 지점 예금인출 고객 몰리자 정부, 관계기관 합동 대응단 구성… “모든 예금 보장” 뒷북 진화 나서
합병 예고 지점에 몰려든 고객들 6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에 예·적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해당 금고는 600억 원 규모의 대출채권 부실로 인근 금고로 흡수합병이 결정됐다. 일부 금고에서 이 같은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는 이날 관계기관 합동으로 ‘범정부 위기대응단’을 꾸렸다. 남양주=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수백억 원대 대출채권 부실로 위기설이 불거진 새마을금고 일부 지점에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보이자 정부가 관계기관 합동으로 ‘범정부 대응단’을 구성했다.
정부는 “일부 금고가 합병되더라도 고객의 모든 예금은 보장된다”며 불안감 달래기에 나섰고, 행정안전부 차관이 현장에 나와 새마을금고 예금까지 가입했다. 하지만 연체율이 올해 3월 말 이미 다른 상호금융권의 2배 넘게 뛰며 위기설이 불거진 이후에도 상황을 계속 방치하다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6일 행안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고 새마을금고 이용자들의 원금과 이자를 보장하고 필요시 정부 차입으로 유동성을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 차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교남동 새마을금고를 찾아 본인 명의의 예금에 가입하기도 했다. 한 차관은 “범정부 위기대응단은 유사시에 ‘컨틴전시플랜’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한편으로 필요시 정부 차입 등을 통해 충분한 유동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안부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5월 말 기준 상환준비금 등 총 77조3000억 원, 예금자보호준비금 2조60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행안부는 4일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위 100곳을 대상으로 특별검사와 점검에 나서기로 했지만 안일한 ‘뒷북 감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가 발생하며 ‘은행 위기’는 일찌감치 고조됐다. 새마을금고에선 3월 말 기준 연체율이 5.34%로 다른 상호금융권(2.42%)의 2배 넘게 치솟으며 경보음이 울렸다.
그러나 당시 금융당국과 새마을금고 측은 부실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는 대신에 “위기설은 악의적인 루머”라며 의혹을 봉합하기에 바빴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지난달 29일 기준 6.18%로 일반 시중은행의 20배에 육박하고 역대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새마을금고는 의사결정 구조가 금고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전문적인 대출 심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감독 권한을 금융당국이 아닌 행안부가 가지고 있어 감독 사각지대에 있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맡긴 돈 불안” 일부 새마을금고에 긴 줄… 두달새 7조 빠져나가
지점 곳곳서 ‘뱅크런’ 조짐
직원들 “안전하게 운영” 팻말 써붙여… “원금보장 각서 써달라” 요구 고객도
연체율 급등… 신협-농협의 2.55배
무리한 PF 대출-금리 인상이 원인
직원들 “안전하게 운영” 팻말 써붙여… “원금보장 각서 써달라” 요구 고객도
연체율 급등… 신협-농협의 2.55배
무리한 PF 대출-금리 인상이 원인
새마을금고 “예·적금 안전합니다” 6일 서울 종로구 교남동새마을금고 경희궁지점 직원들이 예·적금 보호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정부는 일부 지점에서 예·적금 인출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새마을금고에 대한 소비자 불안을 달래려 이날 ‘범정부 위기대응단’을 출범시켰다. 정부는 일부 금고가 부실로 인근 금고에 흡수합병되더라도 고객의 예·적금을 전액 보장한다는 방침이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6일 오전 8시경 경기 남양주시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본점 앞. 홍모 씨(54·여)는 초조한 표정으로 줄을 선 채 1시간 뒤 영업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새마을금고는 600억 원대 부동산 관련 부실 대출이 드러나 합병이 예고된 곳이다. 홍 씨와 같이 줄을 선 사람은 10여 명에 달했다. 김모 씨(78·여)는 “어제 합병 사실을 문자로 통보받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수수료를 일일이 내면서 입출금통장의 돈을 찾았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아예 예·적금 통장을 해약하러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리 상승기에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예·적금 금리를 내걸어 ‘오픈런’이 벌어졌던 새마을금고 지점 곳곳에서 정반대의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연체율이 6%를 넘어 역대 최고 수준까지 치솟는 등 건전성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긴급히 ‘범정부 위기대응단’을 구성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적시에 새마을금고의 위기를 봉합하지 않으면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 정부 진화에도 수도권 금고 곳곳 ‘뱅크런’ 조짐
뱅크런의 조짐이 감지되는 곳은 합병이 예고된 새마을금고뿐만이 아니다. 이날 서울의 새마을금고 지점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서울 동작구의 한 새마을금고에선 ‘○○새마을금고는 언론 보도와 다르게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종이 팻말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70대 남성은 “불안해서 내 예금이 안전한지 확인하러 왔다”고 말했다.소비자 불안을 달래기 위해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이 찾은 서울 종로구의 한 새마을금고 지점에도 한 중년 여성이 “예금을 중도에 해지하겠다”며 방문했다. 이 지점에선 일부 고객이 ‘원금과 이자 보장’ 각서를 써달라고 요구하자 임직원들이 “보장하겠다”고 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금고 이사장도 직접 창구로 나와 “지금 급히 쓰실 거 아니면 빼지 말아 달라. 해지하면 손해가 난다”며 직접 설득에 나서고 있다.
● 부동산 부실 대출과 대출금리 인상이 화근
정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우선 부실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꼽는다. 지난해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부동산 관련 업종에 적극적으로 대출을 내줬다가 최근 경기 하강 및 금리 인상 등으로 ‘부실 경고등’이 켜졌다는 것.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새마을금고에서 부동산 PF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행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새마을금고는 전국에 1294곳으로 거래자 수는 2200만 명에 달한다. 새마을금고의 위기가 자칫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새마을금고는 현재 자산 규모가 너무 커져서 5대 시중은행에 육박할 정도”라면서 “새마을금고에서 문제가 생기면 일부 고객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등의 계좌는 현행 5000만 원인 예금자보호 한도를 높여 불안 심리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남양주=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