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현 산업1부 차장
“모자 관계가 의심되는 경우 확인하는 적절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6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후 방류의 국내 영향’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답안으로는 두 가지가 제시됐다. 하나는 “아들에게 엄마를 아줌마라 부르게 시켜 봐서 아줌마라고 하면 남이다”, 다른 하나는 “DNA 검사를 한다”였다. 무엇이 정답이겠는가.
오염수와 무관한 질문이 나온 이유가 있다. “오염수 방류가 정말 인체에 무해하다면 직접 먹어서 증명해 보라”는 일각의 주장을 논파(論破)하기 위해서였다. 방사능 수치를 직접 측정하는 과학적 방법을 제쳐둔 채 근거가 부족한 주장이나 구호만 반복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토론회에서는 현 상황이 ‘광우병 괴담’ 때와 유사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과학적 사실이 철저히 무시되고 강성적, 정치적 구호가 압도한다는 점에서 제2의 광우병 괴담으로 본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교수는 사실과 다른 정보가 일부 과학자의 입을 통해 퍼져 나가는 동안 이를 막지 못한 과학계의 자성도 촉구했다. 그는 “특정 교수가 세상을 어지럽힐 동안 해당 대학 총장이나 과학기술계는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본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방류하려는 오염수와 관련해 과학계 전반에는 “설비가 정상 작동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측정된 결과값의 정밀함을 생명처럼 여기는 과학자로선 여러 지표를 봤을 때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실려 방출된 삼중수소가 한국 해역에 도착하려면 수년이 걸리고, 그 양은 사람이 100억 년을 매일 먹어야 1년간 방사선 허용량에 도달하는 수치라는 설명도 나온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 논란을 끝낼 마음이 없어 보인다. 급기야 국제기구인 IAEA의 정당성을 폄훼하는 주장까지 나온다. “오염수를 아예 안 내보는 것보다는 어찌 됐든 위험해지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인체에 대한 유·무해를 가리는 ‘기준치’ 개념을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의 설명과 데이터를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정보에 접근했더라도 비과학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많다. 정치권이 쏟아내는 구호가 전파력이 훨씬 강한 배경이다. 그럴 리 없겠지만, 혹여나 이런 ‘정보 격차’를 악용해 본인들의 정치적 잇속을 챙길 심산이라면 비난의 화살은 언젠가 자신을 향할 수밖에 없다. 물론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적 비용도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송충현 산업1부 차장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