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퍼센트의 휴식/박상영 지음/300쪽·1만6800원·인플루엔셜
현대인에게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이 가능할까. 일요일 오후부터 시름시름 월요병 증세가 도지고, 큰맘 먹고 해외로 떠난 휴가엔 중요한 업무 연락을 놓칠까 봐 휴대전화 로밍 서비스를 신청한다. 누워서 쉬면서도 문득 ‘이렇게 뒹굴다가 인생이 의미 없이 흘러가 버리는 건 아닐까’ 두려움이 몰려온다.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으로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오른 저자는 심각한 번아웃을 겪었다고 고백한다. 회사를 다니면서 등단한 그는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글을 썼고 단기간에 책을 두 권 내며 3년 만에 ‘투잡’ 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쓰기는 창조력에 과부하를 가져왔다. 저자의 정신건강의학과 주치의는 “언제나 맹수에게 쫓기거나 최선을 다해 사냥을 하고 있는 몸 상태”라며 생각을 멈추고 완벽한 휴식을 취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자신에게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다. 그 대신 여행을 통해 ‘단 1퍼센트’의 빈틈이라도 찾아 휴식의 즐거움을 누려 보겠다고 다짐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