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뭐라고…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한국전쟁(6·25전쟁) 참전용사인 80대 A씨는 최근 자신을 향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데 대해 겸연쩍어했다.
생활고에 시달려온 A씨는 지난달 말 반찬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힌 사연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A씨는 6·25전쟁 마지막해인 1953년 참전한 국가유공자다. 그는 제대 후 30여년간 선원 생활을 했지만, 현재는 일정 직업 없어 정부지원금에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하나뿐인 딸과는 연락이 두절된 지 오래라고 한다. A씨는 배우자 사망 뒤엔 홀로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6·25전쟁 제73주년 행사에 참석, 참전유공자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3.6.25/뉴스1
A씨가 매월 받는 80여만원의 지원금은 정부가 지급하는 참전명예수당과 부산시의 참전수당, 그리고 기초연금이 포함돼 있는 금액이다.
A씨 사연이 알려진 뒤 정부 관계부처에서도 그의 어려운 생활형편과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돕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했다. 보훈부 부산지방보훈청에선 최근 A씨의 기초생활보장제도 신청을 도왔고, 이와 연계해 월 10만원의 상당의 참전유공자 생계지원금을 추가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
또 부산보훈청 관계자들은 10평 남짓(약 33㎡)한 A씨의 노후 다가구 주택을 직접 방문, 방과 화장실의 형광등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교체하고 출입문엔 방충망도 설치해줬다. 이달부턴 청소, 정리·수납, 반찬 지원, 방역 등 A씨를 위한 재가복지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A씨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주거여건 개선사업 대상자로도 선정돼 올 하반기엔 노후 주택 개보수 비용으로 최대 3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이외에도 A씨를 돕겠다며 시민들이 보훈당국과 경찰로 보내온 라면·쌀·참기·죽·생수·단백질음료 등 식료품과 옷·신발 등이 주 1~2회씩 A씨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한다.
부산진경찰서엔 ‘A씨의 식료품 구매와 생활비에 보태 달라’며 현금과 편지를 보내온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23일 부산진경찰서에 도착한 편지.(부산진경찰서 제공)
이외에도 ‘A씨를 위해 써 달라’며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후원금을 전달해온 사례들도 있었다고 한다.
A씨는 반찬 절도 건과 관련해 지난달 말 부산지방법원의 즉결심판에서 20만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사건을 약식재판에 넘기는 것으로서 유죄로 입증되더라도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