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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美 집속탄 지원’ 반대 목소리에 “러 영토엔 안 쓸 것”

입력 | 2023-07-09 11:02:00

우크라이나 슬로비얀스크 인근 땅에 박힌 집속탄. 2022.06.27. 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량살상무기인 ‘집속탄’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서방 동맹국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자, 우크라이나가 해당 집속탄을 러시아 영토에 쓰지 않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집속탄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생명을 구하는 동시에 우리 영토를 탈환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새로운 해방 무기”라면서 “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로 한 미국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입장은 간단하다. 점령당한 영토를 해방하고 우리 국민의 생명을 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우리 영토를 점령하고 있는 전범·강간범·약탈자 등 적군에게 손실을 입혀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해 계속해서 이 작업을 수행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레즈니코우 장관은 ‘집속탄 사용 시 준수할 5가지 핵심 원칙’을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5가지 원칙은 ▲점령지 탈환에만 사용하고 러시아 영토에선 사용하지 않을 것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도시에선 사용하지 않을 것 ▲집속탄 사용 시 사용 지역을 엄격하게 기록할 것 ▲이를 바탕으로 영토 탈환 시 해당 지역의 집속탄을 먼저 제거할 것 ▲집속탄의 사용과 효율성에 대해 동맹국들에 보고할 것 등을 포함한다.

레즈니코우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의 집속탄 제공 지원 결정과 관련한 서방 동맹국들의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일시적으로 집속탄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그간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영국, 캐나다, 스페인 등이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집속탄 사용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유엔 대변인은 밝혔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도 “집속탄은 분쟁이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도 민간인의 생명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집속탄은 탄두가 폭발할 때 내부의 작은 폭탄 수백 개가 흩뿌려지는 대량살상무기로, 살상력과 민간인 피해 사례 때문에 지난 2008년 그 사용과 제조 등을 금지하는 ‘집속탄 금지 협약’(CCM)이 체결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총 120여 개 국가 및 단체가 협약에 참여했지만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참여하지 않았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