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8일 장마가 끝난 서울에 시간당 최대 140mm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강남역 일대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이날 하루 서울에 내린 비는 연간 총 강수량의 30% 수준에 달했다. 이런 극단적인 날씨는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DB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우리나라 장마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최근 날씨와 기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극단적인 현상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날씨·기후 현상의 발생이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대기 순환의 변화 때문일 것이다. 산업혁명 이전(1850~1900년) 대비 현재 전 지구 평균 온도는 현재 약 1.3도 높아졌다. 온도는 단순히 어떤 물체의 따뜻하고 차가운 정도를 보여주는 숫자가 아니다. 온도는 시스템의 에너지 크기를 보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지시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몇 평의 집의 온도가 1.3도 정도 오른 것이 아니라 지구 전체 바다와 육지의 온도가 1.3도 오른 것이다.
올해 전 지구 평균 온도를 높일 또 다른 현상이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천 ㎞ 떨어진 열대 중·동태평양 바다에서 관측되고 있다. 바로 엘니뇨(El Niño)다. 엘니뇨는 열대 중·동태평양에 이르는 해역의 해수면 온도가 2~7년의 주기로 평년과 비교하여 따뜻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엘니뇨가 발달할 때 전 지구 평균 온도(평균 에너지) 또한 높아지는데 이것이 세계 곳곳에서 가뭄·홍수·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날씨들과 그로 인한 자연재해의 발생이 평년보다 늘어나는 이유다.
엘니뇨가 날씨에 미치는 영향은 전 지구적이다. 어떻게 열대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지역적인 규모의 자연 현상인 엘니뇨의 영향이 전 지구적일 수가 있을까? 그 답은 역시 대기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는 열대 태평양 지역은 전 지구적으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가장 많은 양의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다. 그래서 평균 해수면 온도가 전 지구 바다의 다른 어느 곳보다 높고 막대한 에너지가 축적되어 있다. 이런 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따뜻해지면 대기로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전달된다. 엘니뇨가 발달하면서 대기로 전달된 에너지는 열대 태평양에서 수천~수만 km 떨어져 있는 전 지구 곳곳에 평년과 다른 대기 순환을 가져와 가뭄·홍수·폭염 등의 이상 기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엘니뇨로 인한 재해와 경제 위기를 대비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일이다. 단순히 엘니뇨 발생의 예측 정확도뿐만 아니라 엘니뇨로 인한 위기 평가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자연 현상인 엘니뇨의 발생 기작과 전 지구적인 영향 모두 달라지고 있다. 예측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극한 날씨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그로 인한 재해 및 경제적 파급효과가 날로 커지고 있는 이 시기, 불확실성이 줄어든 기후 과학 정보에 대한 비상한 관심이 요구된다.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