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중국 저장성 우전 세계인터넷대회 박람회장에서 선보인 얼굴 인식 기술. 지금은 기술이 훨씬 더 발전했고, 이달 1일 반간첩법까지 통과되면서 중국에서 몰래 움직이기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동아일보DB
주성하 기자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탈북민이다. 코로나가 끝나 다른 성으로 이동이 가능해진 뒤 중국에서 이동하던 탈북민들이 무더기로 체포되고 있다.
지금은 오히려 북한에서 몰래 이동하는 게 훨씬 더 수월하다. 북한에선 검문에 걸리면 적당히 둘러대고, 뇌물을 주면 빠져나갈 수 있지만 중국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이 이달 1일부터 강력한 반간첩법까지 시행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의 얼굴을 파악한 데 이어 처벌까지 강화하는 것이다. 이젠 탈북민을 돕는 활동가들은 물론이고 탈북민에게 도움을 준 시민들도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탈북민에 대한 어떠한 동정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중국에 들어갔던 한국 거주 탈북민이 체포돼 구금됐다.
반간첩법은 ‘간첩으로 의심되는 자를 신고한 경우’ 최대 10만 위안(약 1800만 원)의 포상금까지 준다. 2017년 4월부터 1년 동안 중국 베이징(北京)에서만 5000건의 간첩 신고가 들어왔다고 알려졌는데, 앞으로 전국에서 탈북민에 대한 신고가 빗발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시스템의 피해가 탈북민에게만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중국에는 10만 명 가까운 북한 주민들이 무역일꾼이나 근로자 등의 신분으로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비자는 대개 만기가 끝난 상태다.
그런데 감시카메라와 반간첩법 때문에 이제 움직일 수가 없다. 일행 중에 사라진 사람이 발생했다고 중국 공안에 신고하면 곧바로 잡아내기 때문이다. 탈북한 뒤 최대한 빨리 중국을 벗어나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수인데, 도운 사람도 곧바로 잡힌다. 중국의 감시카메라를 어떻게 피할 것이냐가 탈북에 있어 관건인데, 현재로는 누구도 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많은 시간을 들여 거리를 배회해도 감시카메라의 사각지대를 찾기 어려운데, 지리도 모르는 사람이 도망을 치면 바로 카메라에 걸린다. 풍부한 인력을 자랑하는 중국은 실종 사건이 발생하면 즉각 숱한 경찰 인력이 사건 해결에 매달린다.
중국은 예전부터 한국행을 시도했던 탈북민은 빨간 도장을 찍어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북송시켰다. 북한 보위부는 탈북민을 넘겨받을 때 한국행 시도자를 바로 알 수 있다. 빨간 도장만 없어도 중국 내 행적을 거짓말로 둘러댈 수 있는데, 중국이 체포된 위치와 동기, 함께 체포된 사람들까지 다 파악해 북한에 알려주기 때문에 빼도 박도 못하고 죽게 된다. 중국은 이런 식으로 탈북민 살해의 도우미 노릇을 해왔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이 소설 ‘1984’에서 그린 빅브러더 사회는 그의 예상보다 반세기가 더 지난 지금 중국에서 구현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만드는 피해의 범위는 자국민들에게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오늘날 현실이 보여주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