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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커지는 ‘슈퍼 엔저’ 리스크… 수출기업 세제·금융 지원책 시급

입력 | 2023-07-10 00:09:00

뉴스1


일본 엔화가치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엔화가치로 인해 해외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 원-엔 환율이 낮아지자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늘면서 대일 여행수지 적자는 급증세다.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일본의 통화정책이 한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는 셈이다.

지난주 수요일 원-엔 환율은 장중 100엔당 897원까지 하락했다.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떨어진 건 2015년 6월 이후 처음이었다. 엔화 가치는 올해 들어 9%가량 내려 주요 10개국 통화 중 낙폭이 제일 크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 다른 대다수 선진국이 기준금리를 끌어올려 시중 통화량을 줄이는 중에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오래 시달렸던 일본이 홀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한국의 수출 기업이다. 2010년대 이후 경합 품목이 많이 줄었다곤 하지만 여전히 양국은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의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싸진 달러 표시 가격을 지렛대 삼아 적극적으로 저가 공세에 나서며 수익성이 개선된 반면 한국 기업들은 가격경쟁력 약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엔저로 부담이 줄어들면서 일본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은 급증하고 있다. 올 여름휴가 성수기 항공권 판매량 1, 2위가 일본의 도쿄, 오사카행이다. 올해 1∼5월 누적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이미 작년 같은 기간의 갑절로 증가했다. 일본 현지에서 티셔츠, 위스키를 싸게 사와 국내에서 비싸게 파는 보따리상까지 다시 등장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주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은 현재 140엔대 중반인 달러당 엔화 환율이 내년에 160엔까지 상승(엔화가치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가치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경우 원-엔 환율이 800원 언저리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슈퍼 엔저’는 이미 수출 부진의 주원인으로 꼽혀온 글로벌 반도체시장 침체, 중국의 경기 회복 지연과 함께 실질적인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여행수지 악화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까지 위협한다. 불리한 가격경쟁력이라는 모래주머니를 달고 경쟁하는 우리 수출 기업들을 위해 정부는 가능한 모든 세제·금융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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