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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일 결사 항전’ 마리우폴 제철소 지휘관 5명 생환

입력 | 2023-07-10 03:00:00

[우크라이나 전쟁 500일]
러에 포로로 잡혀 튀르키예 억류
젤렌스키, 에르도안과 회담 이후
전쟁 500일에 “영웅들 데려간다”… 러 “포로 송환 합의 위반” 반발



젤렌스키, 영웅들과 집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윗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8일 튀르키예에 강제로 머물렀던 전직 군 지휘관들과 함께 귀국하고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이 지난해 5월 러시아에 함락될 때까지 아조우스탈 제철소 아래 터널과 벙커에서 버텼고, 이후 러시아와의 포로 교환 협상 일환으로 튀르키예로 보내졌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지난해 러시아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82일간 결사 항전하다 러시아군에 포로로 붙잡힌 아조우연대 지휘관들이 무사 귀환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쟁 발발 500일째인 8일 튀르키예에 머물고 있던 마리우폴 주둔군 산하 아조우연대 지휘관 5명과 함께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전날 튀르키예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한 후 귀국길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영웅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있다”며 이 사실을 공개했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육로로 잇는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은 전쟁 초기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주둔군 특수부대인 아조우연대는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배수진을 치고 무차별 포격에 맞서다 5월 17일 군 지휘부 명령으로 항복했다. 이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이 우크라이나군은 방어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제철소 안에서 부상과 굶주림을 무릅쓰고 버티는 아조우연대 장병들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면서 우크라이나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 포로 교환이 이뤄졌을 때 아조우연대 지휘관들은 종전 때까지 튀르키예에 머무른다는 조건으로 아조우스탈 제철소 항전 포로 일부를 우크라이나로 송환했다.

러시아는 이번 송환이 이 같은 합의를 어긴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아조우연대 지휘관 귀환 결정 과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전쟁 500일째를 맞아 젤렌스키 대통령은 8일 우크라이나 저항 정신을 상징하는 흑해 뱀섬을 찾았다. 뱀섬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직후 함락될 당시 몇 명 되지 않는 병사들이 러시아군의 항복 요구를 무시하고 항전한 것이 알려지며 우크라이나 국민과 군 사기를 높였다. 이 섬은 지난해 6월 우크라이나가 탈환했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달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계획보다 느린 진전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아직 성공인지 실패인지 결론 내리기에는 이르다고 밝혔다. 콜린 칼 미 국방부 수석 정책자문은 이날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러시아의 약점을 분석하고 있다”며 “대반격 성공 관건은 파악을 끝낸 우크라이나군이 얼마나 빠르게 이 약점을 공략해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대반격 이후 동남부 전선에서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은 도네츠크주 바흐무트 일대에서 일부 영역을 탈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로=강성휘 특파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