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시간당 최대 60mm 이번주 내내 비… “또 침수 불안”

입력 | 2023-07-10 03:00:00

‘헤비급’ 티베트 고기압 세력 확장
동서로 긴 장마전선… 중부 폭우
작년 침수 피해 주민-상인 불안 호소
건물 입구 차수판-모래주머니 설치




장마 전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4일 오전 광주 광산구 한 인근도로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펼쳐 쓰고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3.7.4/뉴스1

폭염이 끝나고 다시 찾아온 장맛비가 9일을 시작으로 일주일 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의 장마가 ‘미들급’이었다면, 11일 이후 퍼붓는 장마는 대형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으로 ‘헤비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7일까지 매일 비가 이어질 것이며 주 중반 이후 폭우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다.



● 처음에는 소낙비, 그 뒤엔 퍼붓는 비
기상청에 따르면 10일까지는 전국에 산발적으로 강한 ‘소낙성 비’가 퍼붓는다. 소낙성 비란, 비가 내릴 때는 호우 특보 수준의 강한 비가 내리고 멈출 때는 급격히 소강상태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수도권 등 중부지방과 전북, 제주 등에서 많은 곳은 최대 100mm가 내리겠고, 시간당 30∼60mm가 오는 곳도 있겠다. 시간당 20∼30mm를 넘어가면 운전 중 와이퍼를 작동해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12일 오후 늦게부터는 장마의 양상이 급격히 변한다. 중부지방 상공에 동서로 긴 정체전선이 형성되는데 이 전선이 남북으로 좁게 진동하면서 전국에 비를 뿌린다. 중부를 중심으로 좁은 지역에 ‘쏟아붓는’ 식의 폭우가 예상된다.

이번 장맛비는 다음 주 월요일인 17일까지 이어진다. 10일까지는 한반도 상공에 저기압이 자리 잡은 상태에서 기압골이 지나가면서 비를 뿌린다. 11일부터는 현재 우리나라 서쪽 중국 대륙에 자리 잡은 건조한 ‘티베트 고기압’이 동쪽으로 세력을 넓힌다. 동시에 제주 남쪽 해상의 습하고 더운 북태평양 고기압도 세력을 확장한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고기압이 만나 한반도 공기층이 압축되면서 정체전선이 활성화된다.

13일부터는 동서로 길게 발달한 정체전선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에 강하고 많은 비를 뿌리겠다. 그동안 우리가 아는 전형적인 장마의 형태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지금까지 동반된 찬 공기가 ‘미들급’이라면, 앞으로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으로 서쪽에서 들어오는 건조한 공기는 ‘헤비급’”이라며 “공기가 압축되는 과정에서 국지적으로 강한 비가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 “또 잠길라” 침수 취약지 노심초사
다음 주 내내 많은 비가 예보되자 침수 취약 지역 주민과 상인들은 불안을 호소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주민 김모 씨(87)는 “물막이판(차수판)을 받긴 했는데 어떻게 설치하는지 몰라 방치해 뒀다”며 “지난해 침수 사태 당시엔 옆집 주민의 도움으로 겨우 탈출했는데, 올여름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날 서초동과 강남역 일대 건물 상당수는 정문과 지하주차장을 차수판과 모래주머니 등으로 막아둔 상태였다.

정선 피암터널 산사태… 인명피해 없어 9일 오후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발생한 강원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 군도 3호선 피암터널의 모습. 이날 정선군에는 시간당 44.0mm의 폭우가 내렸다. 정선군이 7일부터 산사태 위험에 대비해 차량 통행을 금지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강원소방본부제공

9일 서울 등 중부지방 대부분 지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되며 청계천 등 서울 지역 13개 하천이 통제됐다. 크고 작은 비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비바람에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소나무가 넘어져 주택 지붕을 덮쳤다. 낮 12시 50분경에는 강원 정선군 군도 3호선 피암터널 경사면에서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했다. 7일부터 차량 통행이 금지돼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날 경북 상주시 초산동에서는 강한 비바람으로 전봇대와 가로등이 쓰러졌다. 상주시 남적동에선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며 20여 가구가 정전됐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2시 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올렸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상주=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