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4월 영도구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어린이 안전사고 이후 관내 스쿨존 전수조사를 실시했지만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시민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부산시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들의 비난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최근 부산참여연대가 정보공개 청구한 ‘부산지역 16개 구·군 스쿨존 안전실태 전수조사 결과 및 고위험 통학로 조사 결과’에 대해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고 10일 밝혔다. 부산시에 따르면 5월 10~17일 관내 853곳의 스쿨존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16개 구·군과 부산시교육청, 부산경찰청, 교통공단 등 유관기관에서 420여명이 구역을 나눠 합동 점검을 벌였다. 점검 결과를 토대로 같은 달 22일 박형준 부산시장과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부산시청 브리핑실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 통학로 종합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82곳의 불법 주정차 사각지대 에 폐쇄회로(CC)TV 설치가 필요하고 228곳은 차량 방호용 울타리 설치가 필요하다고 발표됐다.
5월 12일 부산 서구 천마초등학교에서 부산시, 부산시교육청, 부산경찰청 관계자 등이 모여 어린이 통학로 안전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부산시 제공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야한다고 맞섰다. 부산참여연대 양 사무처장은 “조사 결과가 공개되면 학부모들의 민원이 빗발칠 우려는 있지만 그것이 한 아이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진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부산은 산비탈이 많은 지형적 특성 상 위험한 통학로가 다른 도시보다 상대적으로 많다”며 “각 현장마다 특성이 있고 이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을 수 있도록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에선 4월 28일 영도구 스쿨존에서 지게차에서 떨어진 무게 1.7t짜리 원통형 화물이 굴러 등교하던 초등학생 3명과 학부모 1명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해 A 양(10)이 숨졌고 5월 1일에는 해운대구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B 씨(71)가 화물차에 치어숨졌다.
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