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전지 관련주 인기속 유독 올라 어제 장중 101만원 넘었다가 하락 16년 만의 ‘코스닥 황제주’ 등장에도 증권사 목표주가는 42만원대 머물러
양극재 분야 지주회사 에코프로가 10일 장중 한때 주당 100만 원이 넘는 이른바 ‘황제주’ 대열에 들어섰다. 올 들어 700% 넘게 급등한 에코프로 주가에 대해 증권사조차 명확한 분석이나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기업 펀더멘털과 유리된 주가 흐름을 무작정 추종하면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 주가는 장중 한때 101만5000원까지 치솟은 뒤 96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올 초보다 777% 급등했다. 코스닥에서 황제주가 나온 것은 2007년 동일철강(종가 110만2800원) 이후 16년 만이다. 에코프로는 올 4월 증권가의 과열 경고에 잠시 조정을 받는 듯했지만, 곧 ‘나 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증권업계는 에코프로 주가에는 2차전지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지원 대상에 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가 포함돼 관련 업체들이 북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코프로 주가가 증권사들의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면서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5월을 끝으로 뚝 끊겼다. 최근 3개월간 에코프로 보고서를 낸 곳은 삼성증권과 하나증권뿐이다. 두 보고서의 에코프로 목표가 평균치는 42만5000원. 10일 주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이사는 “증권사 보고서를 믿지 말라”며 2차전지 관련주의 추가 상승을 주장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가 지주사라는 점에서 분석이나 전망이 어렵다고 말한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는 사업회사가 아닌 지주사이기에 인수합병(M&A)이나 배당의 변화 같은 변수가 없으면 주가 방향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다”며 “(일부 투자자들이) 지주사를 사업회사처럼 평가하려다 보니 자꾸 시장과 보고서 간의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2차전지 전문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 주가는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아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형성되기에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필요 없어진 곳이 됐다”고 말했다.
에코프로가 공매도 세력과 온라인에서 도는 온갖 소문 등으로 혼탁해진 종목이 돼버렸다는 주장도 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한 투자자들이 주가가 계속 오르자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여서 갚는 이른바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에 나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 수급 측면에서 요즘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할 종목 선택지가 적다 보니 에코프로에 몰린 경향이 있다”며 “냉정한 관점에서 회사의 가치를 고민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남들을 따라 사는 건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