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노원희 씨(75·사진)가 제8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로 10일 선정됐다.
동아일보와 강원 양구군, 박수근미술관, 강원일보가 공동 주최하는 이 상은 박수근 화백(1914∼1965)을 기리는 뜻에서 2016년 제정됐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노 작가는 1980년부터 민중미술을 이끈 ‘현실과 발언’ 창립 동인으로 활동했다. 구상 회화를 통해 한국 사회가 당면한 정치 사회 역사 젠더 환경 등 이슈에 대한 문제의식을 표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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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종로구 자택에서 작업하는 노원희 작가.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 종로구의 자택에서 5일 만난 노 작가는 “사회사가 없는 개인사는 없다”며 “대학생 때 학보사 기자를 하며 자연스럽게 갖게 된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작품에서 현실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에 가는 버스 안에서 전화로 수상 소식을 들은 그는 반나절 동안 시장을 거닐며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수상 전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덜컥 걱정이 됐다는 것이다. 박수근의 작품 세계를 되짚어본 그는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했다.
“박수근이 독학으로 탄탄한 조형 세계를 구축한 것이 놀라웠습니다. 그가 활동했을 당시 서민은 공동체 구성원 전부였죠. 다 같이 가난한 보통 사람들의 선함과 진실을 표현하고자 노력했고, 거기서 근원적 정신성이 느껴졌습니다.”
노원희 작가가 1980년 개인전에서 발표한 작품 ‘거리에서’. 평범한 길거리에 서 있는 사람들 속에 불길한 분위기가 감도는 장면을 묘사했다. 김윤수 미술평론가는 당시 개인전에 대해 “1970년대 번영과 화려한 구호 밑 응달진 삶을 살아온 수많은 사람들의 초상화”라고 평가했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2018년 작품 ‘지붕 위에 앉고 싶은 사람’. 유년 시절 집 앞마당 나무를 즐겨 타던 친오빠를 부러워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렸다. 박수근미술관 제공
노 작가는 “결혼 이후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업 활동을 못 하게 된 작가들은 항상 결핍을 느낀다”며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가정생활을 하면서도 근근이 작업 활동을 이어왔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피켓 시위하는 사람들처럼 일상에서 만나는 사회 문제를 여전히 다루는 그는 최근 산업 재해를 주제로 몇 편의 작업을 해왔고, 당분간은 이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2년부터 2013년까지 부산 동의대 미술학과 교수를 지냈다.
제8회 박수근미술상은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인범 아이비리인스티튜트 대표)가 추천위원 5명을 위촉했고, 추천위원이 후보 11명을 선정해 심사위원회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 심사위원회는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이 위원장을 맡았고,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장, 김현숙 KISO 미술연구소장, 이준 삼성문화재단 자문위원, 윤동천 전 서울대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