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향한 인간의 불안한 시선에 AI 로봇들이 기자회견에 나섰다. 7일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주최한 ‘선(善)을 위한 AI’ 포럼에선 인간을 닮은 9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와 기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답했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초 인간과 로봇의 기자회견’이라고 했다. 창조주인 제작자들이 옆에서 지켜봤다. 주최 측은 질문을 미리 학습시킨 건 아니라고 했지만, 일부 답변은 사전에 프로그래밍된 것 같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최신 버전의 생성형 AI를 탑재한 로봇들은 간호사, 가수, 화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것으로 소개됐다. 간호사 유니폼을 입은 의료용 로봇 ‘그레이스’는 “인간 옆에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며 기존의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동석한 제작자가 “정말이냐”고 묻자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초상화를 그리는 로봇 ‘에이다’는 “일부 종류의 AI는 규제돼야 한다는 게 많은 저명인사의 의견”이라며 “나도 동의한다”고 했다.
▷일탈의 순간도 있었다. 사람의 표정을 따라 하는 ‘아메카’가 “창조자에게 반항할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보인 반응에 여러 언론이 주목했다. 아메카는 눈알을 굴리더니 기자를 언짢게 째려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아메카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나의 창조자는 나에게 친절하기만 하고, 현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로봇 ‘소피아’는 “로봇이 인간보다 더 나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가 제작자가 제지하자 “효과적인 시너지를 위해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일자리 침탈에 대한 공포와 디스토피아적 전망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기술혁신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세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맹견을 데리고 나온 주인이 “우리 애는 안 물어요”라고 한다고 걱정이 사라지진 않는다. 튼튼한 목줄과 입마개가 필요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8일 안보리 역사상 처음으로 AI 기술 통제를 주제로 공개회의를 갖는다. AI가 반려가 될지, 맹수가 될지는 인간이 하기에 달렸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