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들에게서 해외여행 경비 등을 받은 선관위 직원 128명이 감사원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중에는 4박 5일간 시군구 선관위원들과 함께 필리핀을 여행하면서 약 150만 원의 경비를 지원받거나, 2박 3일간 제주도 골프 여행을 하면서 140만 원가량의 경비를 수수하는 등 여행 비용을 받은 직원 20명이 포함됐다. 나머지 108명은 전별금이나 ‘떡값’ 등의 명목으로 10만∼9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49개 시군구 선관위에는 각각 9명의 선관위원과 사무처가 있다. 선관위원들이 받은 회의 참석수당을 모아뒀다가 사무처 직원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비용을 내주거나, 관행 차원에서 떡값 등으로 줬다고 한다. 선관위원이 사무처 직원들의 상급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격려 차원에서 금품을 제공하는 것은 청탁금지법상 허용된다고 선관위는 주장한다. 하지만 비상임 명예직인 선관위원들은 평소에는 다른 일을 하다가 간간이 선관위 업무에 참여한다. 이들을 공직자이자 사무처 직원의 상급자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인 만큼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크다.
더욱이 시군구 선관위원 상당수는 지역 유지들이고 총선이나 지방선거 전에 위원직을 그만두면 출마가 가능하다. 선관위원으로 재직하면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선관위원들은 선관위 직원에게서 지도나 감독을 받는 대상으로 바뀐다. 향후 일어날 수도 있는 문제에 대비해 ‘보험용’으로 금품을 제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선관위 직원들이 각별하게 주의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