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필수의료 거점 기관인 지방 국립대병원의 의료진과 장비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수술할 의사가 없어 환자를 제때 못 받는가 하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장비나 고압산소치료기 등을 확보하지 못해 치료가 몇 개월씩 미뤄지는 병원도 한두 곳이 아니다. 본보가 취재한 한 국립대병원에서는 사용 연한을 10년 가까이 넘겨서 쓰던 심혈관조영기가 작동을 멈추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국립대병원들이 고전하는 이유는 공공기관운영법상 ‘기타 공공기관’으로 묶여 있어 인건비와 정원, 예산의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하는 인건비 인상률은 올해 1.7%에 그쳤고 기획재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인력 증원은 수요의 절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충북대병원만 해도 지난해 281명을 요청했으나 정부 승인은 고작 4분의 1 수준인 77명에 머물렀다. 수십억 원짜리 의료기기에 대한 국고 지원율은 25%에 그치는데, 특히 지방의 경우 자발적 기부금은 턱없이 적고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기부금 모집에 적극 나설 수도 없어 노후 장비 교체가 쉽지 않다고 한다.
열악한 환경과 근무 조건을 견디다 못한 의사들이 수도권의 대형, 사립병원으로 빠져나가 지방 의료 인프라는 붕괴 직전이다. 남아 있는 의료진의 업무가 가중되면서 인력이 추가로 이탈하는 악순환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지방에서 내외과와 산부인과, 소아과 병의원이 줄폐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수의료를 도맡아온 국립대병원까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환자들이다. 제때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서울 및 수도권의 대형병원으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