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선 악어-표범 오인 신고… 환경부 “수달이나 너구리로 추정 시민들 신고 덕분에 구조도 늘어” 외래종 ‘늑대거북’은 실제로 포획 ‘토종 생태계 교란’ 무단방사 주의
“늪지대가 나타나면은 악어 떼가 나올라, 악어 떼!”
혹시 동요에서 나오는 악어를 우리나라에서도 실제로 볼 수 있을까. 동물원 밖에서 말이다. 지난달 국내에서 보기 드문 야생동물을 봤거나 의심된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모두 경북 영주에서 들어왔다. 하지만 당국은 조사 결과 확인되지 않거나 오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영주에서뿐 아니라 야생동물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늘 ‘오인 신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6일 서울 도심 한가운데 멧돼지 3마리가 출현해 추격전이 벌어졌고, 지난달에는 국내 한 하천에서 외래 생물인 포식자 ‘늑대거북’이 발견되기도 했다.
● 표범-악어 목격? 신고 잇달아
악어를 목격했다는 신고가 들어온 무섬교 일대. 환경부 제공
경북 영주시 상망동에서 신고된 동물 발자국. 흰색 원 안은 발톱 자국. 환경부 제공
그러나 당국 조사 결과 모두 ‘오인 신고’인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환경부는 악어나 그 서식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인근에서 관찰된 멸종위기 1급 동물인 수달 등이 일정 거리에서 보면 악어로 헷갈릴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표범 역시 개나 너구리 등 갯과 동물 발자국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두 건 모두 영주에서 신고가 들어온 ‘해프닝’에 대해 전문가들은 “꼭 정답은 아니지만, 영주가 10여 년 전부터 여우종 복원사업의 방사지인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영주에는 2012년부터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의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토종여우가 방사되고 있다. 현재 영주 일대에는 토종여우 86마리가 활동하고 있고, 여우의 특성상 주민들과 자주 마주칠 수 있다. 영주시 관계자는 “여우를 방사한 지 꽤 돼서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번 악어와 표범 소동 때도 잡았는지 못 잡았는지 진행 상황을 궁금해하거나, 악어를 유인할 수 있는 팁을 주러 전화하신 분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 야생동물 구조, 3년 새 30% 늘어
● 야생 방생 외래종, 생태계 교란
영주의 ‘악어 소동’이 그저 황당한 해프닝이 아닌 것은 악어와 같은 외래 동물들이 국내 야생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유입된 외래 생물은 2009년 894종에서 2021년 2653종으로 늘어났다.지난달 한 파충류 전문 유튜브 채널에서는 국내 하천에서 생태계 교란 생물로 분류된 ‘늑대거북’이 포획된 현장을 전했다. 북미가 원산지인 늑대거북은 파충류 애호가들 사이에서 반려동물로 인기를 끌었지만 악어에 버금갈 만큼 포식성이 강해 생태계 교란 생물로 분류된 외래종이다. 새끼일 땐 크기가 10cm 미만이지만 다 자라면 몸집이 50cm까지 커지는 등 가정에서 키우기가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입양한 늑대거북을 연못이나 하천에 유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영주 악어 소동에서 일부 전문가나 온라인 커뮤니티는 “애완동물로 키우던 악어를 무단 방사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추측을 쏟아냈다. 근거 없는 추정은 아니라는 의미다. 4일 충북 청주와 지난달 30일 강원 춘천에서도 각각 외래종 거북이인 ‘붉은귀거북’ 3마리와 ‘페닌슐라쿠터(청거북)’ 2마리가 시민들 신고로 포획됐다. 환경부 관계자는 “관상용으로 키우던 외래 생물을 함부로 생태계에 방생하거나 유기하면 토종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