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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노조 13일 파업… 145개 병원 비상

입력 | 2023-07-11 03:00:00

19년만에… 4만5000명 참여
입원 환자 안받고 암수술 취소도
노조 “만성적 간호인력 부족 해결을”
정부 “정치파업 안돼… 현장 남아달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부터 19년 만의 총파업에 돌입한다. 보건의료노조는 전국 200여 개 의료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사와 의료기사, 간호조무사, 영양사, 약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일선 의료현장의 혼란과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응급·수술실은 제외지만 차질 불가피 보건의료노조는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주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1.63%가 파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은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와 주 5일제 시행 요구 파업’ 이후 처음이다. 노조 측은 조합원 총 6만4000여 명 중 4만50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서울아산병원, 이대목동병원 등 서울 소재 주요 상급종합병원과 비수도권 주요 대학병원들을 포함해 총 145곳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응급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유지 업무 인력은 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파업으로 입원 병동이 문을 닫기 시작하면 응급실과 수술실에까지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은 10일부터 응급실에 온 환자들 중 기존에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은 사람은 일반 병동에 입원시키지 않기로 했다. 파업을 앞두고 새 입원 환자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응급실이 운영되더라도 입원실이 함께 운영되지 않으면 응급실에 환자가 쌓이고 응급 진료 차질로 이어진다.

하루 45건꼴로 암 수술이 이뤄지는 국립암센터 소속 조합원들도 파업을 예고했다. 암센터 측은 대규모 파업이 예상되는 13, 14일에 잡힌 모든 암 수술을 취소했다. 수술실엔 인력이 있지만 환자가 회복하며 경과를 지켜볼 입원실에는 간호 인력이 없어 병실 운영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술이 취소된 환자들이 크게 좌절하고 있다. 현재로선 언제까지 수술이 취소될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양산부산대병원도 12일까지 모든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기로 결정했다.

● 노조 “환자 5명당 간호사 1명 확보돼야” 보건의료노조는 총파업의 가장 큰 이유로 ‘만성적인 간호 인력 부족’을 내세웠다. 국내 의료환경에서는 간호사 1명이 통상 입원 환자 10∼12명을 돌봐야 한다. 이는 현장 간호사들의 과로와 의료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를 확충해 상급종합병원 기준으로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을 ‘1 대 5’로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간호조무사 등 병원에서 일하는 다른 직종 인력에 대해서도 적정 인력 기준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현재 3058명인 의대 신입생 정원을 즉시 1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가 부족해 응급 환자가 병상을 찾지 못하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발생하고, 의사의 일을 불법적으로 대신하는 이른바 ‘PA 간호사’가 양산된다는 것이다. 노조는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전면 시행,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중단, 임금 10.73% 인상 등도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에선 간호법 제정 무산도 파업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오후 조규홍 장관 주재로 긴급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파업 기간 비상 진료 대책을 논의했다. 조 장관은 “보건의료노조는 민노총의 정치파업에 동참해선 안 된다. 의료현장에서 환자 곁에 남아 달라”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