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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서철 동해안 ‘식인상어 비상’… 수온 상승에 한달새 8마리 출몰

입력 | 2023-07-11 03:00:00

‘죠스’ 백상아리 등 공격성 강해
해수욕장 안전그물-퇴치기 설치
전남-제주서도 1차례씩 나타나
“상처 있을때 물에 들어가면 안돼”




강원 속초시 공무원들이 4일 속초해수욕장에 상어 출입 차단용 그물망을 설치하고 있다. 속초시

동해안에서 공격성이 강한 상어가 잇따라 출몰하면서 피서철을 맞은 관광지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해경은 해안 순찰을 강화했고, 지방자치단체들은 해수욕장에 상어가 접근할 수 없도록 그물을 설치하는 등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 동해안 등에서 ‘식인상어’ 잇따라 발견

10일 강원도, 경북도 등에 따르면 최근 동해안 연안 등에서 공격성이 강한 상어 10여 마리가 목격되거나 죽은 채로 발견됐다.

8일 경북 포항시 구만리항 앞바다에서 어민에 의해 목격된 청상아리(추정).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먼저 경북 포항시 남구 구만항 북서쪽 3.7km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한 어민이 8일 오후 9시 반경 상어로 추정되는 2∼3m 크기의 물고기를 발견했다며 해경에 신고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 어민이 제공한 영상을 분석해 해당 물고기가 청상아리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청상아리는 성격이 포악해 사람도 공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7일 오전 10시 45분경 강원 삼척시 광진항 동방 약 1.2km 해상에서도 순찰 중이던 해경 구조정이 청상아리로 추정되는 물고기를 목격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알렸다. 6일 삼척시 임원항과 1일 양양군 수산항 인근에선 악상어가 포획됐다. 지난달 23일 강원 속초시 장사항 앞바다에서 길이 195cm, 둘레 95cm의 백상아리가 포획됐고, 같은 날 속초항 인근에선 몸 길이 2.4m의 악상어가 잡혔다. 백상아리는 영화 ‘죠스’로 잘 알려져 있는데, 성격이 포악해 ‘식인상어’로도 불린다. 그동안 국내 해안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는데 지난달에만 2차례 발견된 것이다.

최윤 군산대 해양생물자원학과 교수는 “기후 변화로 동해안의 수온이 오르면서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일부 상어가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며 “포악 상어 중에서도 백상아리는 사람에 대한 공격 성향이 강하고 해변까지도 접근하는 성향이 있어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 해수욕장에 그물망 설치하고 상어 퇴치기 배치
피서철을 앞두고 상어들이 연안에서 발견되자 해안에 인접한 지자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속초시는 8일 개장한 속초해수욕장 해역 600m 전 구역에 상어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그물망을 설치했다. 동해안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유입을 막기 위해 소형 그물을 설치한 적은 있었지만 상어 차단용 그물망을 설치한 것은 처음이다.

속초시는 또 해수욕장 입구에 ‘상어 피해 예방 안전 수칙 및 행동요령’ 간판도 설치했다. 속초시 관계자는 “행정상황실에 ‘상어 발견 시 해수욕장 근무자 행동요령’을 부착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으며, 수상안전 요원을 45명 투입해 감시 활동을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포항시도 15일 개장하는 구룡포·도구 등 6개 해수욕장에 안전 그물망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수상오토바이에 장착해 전류를 흘려보내며 상어를 퇴치할 수 있는 상어퇴치기를 해수욕장마다 1대씩 배치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특수교육을 받은 안전요원도 투입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길 때 상어 대응 행동요령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해경 관계자는 “몸에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는 바다에 들어가는 걸 피해야 한다”며 “너무 밝은 색 수영복이나 피부와 대비되는 수영복은 입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 고기가 큰 떼를 지어 나타날 때도 상어가 뒤쫓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해경에 따르면 국내에선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상어의 공격으로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대부분 해녀와 잠수부가 피해를 입었는데 피서객 사망 사고도 1차례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2005년 6월 충남 태안군 가의도 앞바다에서 해녀가 상어에게 물려 중상을 입은 적이 있다.




속초=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포항=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