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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R&D예산 27조 중 국립대병원 투입 단 0.4%

입력 | 2023-07-11 03:00:00

[지역 의료난 부추기는 규제]
비수도권 병원은 1곳당 22억원꼴
하버드대 병원 年 수조원 지원받아
전문가 “부실 지원, 결국 환자 피해”




국립대병원이 지역 의료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을 가로막는 원인 중에는 부실한 연구개발(R&D) 지원 체계도 있다. 정부가 바이오·디지털헬스 육성을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전체 국가 R&D 예산 가운데 국립대병원에 투입되는 것은 0.5%도 되지 않는다. 2013년 지정한 전국 연구중심병원 10곳 중 국립대병원은 2곳(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뿐이다. 현장에선 “빡빡한 진료 일정에 허덕이느라 R&D는 꿈도 꾸기 어려운 여건에선 인재를 모으기 힘들고, 장기적으로 환자 피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가 R&D 예산 27조4005억 원 중 전국 국립대병원 17곳에 투입된 금액은 1188억 원(0.4%)에 그쳤다. 그중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 804억 원이 투입됐다. 비수도권 국립대병원이 받은 지원액은 총 338억 원에 불과해 1곳당 22억 원꼴이었다. 이는 연간 수조 원 규모의 연구비가 지원되는 미국 하버드대 부속병원 등 선진국 병원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에서 오사카대와 교토대 등 지역 거점 국립대 부속병원들이 5∼10년 단위로 장기간 정부 지원을 받아 중증외상이나 난치암 등 필수의료 R&D를 선도하는 것과도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R&D 지원이 결국 환자의 피해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항암제 신약 임상시험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하는 신약의 임상 2, 3상은 말기 암 환자에게 최후의 희망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다수 지역 국립대병원은 임상시험을 위한 전담 인력이나 전용 병동은 물론이고, 까다로운 시험 조건을 맞출 수 있는 냉동고 등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국립대병원을 포함한 대학병원이 제약사나 인공지능(AI) 의료업체 등 민간과 합작해 신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법적 제약을 풀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산학협력법에 따르면 대학과 달리 대학병원은 산학협력단을 만들 수 없다. 사립대병원도 마찬가지다. 관련 개정안은 10년 넘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처럼 대형병원이 갖춘 진료 인프라와 치료 설비를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에 활용할 길이 막힌 셈이다. 김용진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은 “미래 의료로 주목받는 맞춤의료도 환자 데이터와 함께 첨단 연구 역량을 갖춘 병원만이 제대로 환자에게 활용할 수 있다”며 “국립대병원이 의료기술에 투자하지 않는 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