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난 부추기는 규제] 비수도권 병원은 1곳당 22억원꼴 하버드대 병원 年 수조원 지원받아 전문가 “부실 지원, 결국 환자 피해”
국립대병원이 지역 의료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을 가로막는 원인 중에는 부실한 연구개발(R&D) 지원 체계도 있다. 정부가 바이오·디지털헬스 육성을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전체 국가 R&D 예산 가운데 국립대병원에 투입되는 것은 0.5%도 되지 않는다. 2013년 지정한 전국 연구중심병원 10곳 중 국립대병원은 2곳(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뿐이다. 현장에선 “빡빡한 진료 일정에 허덕이느라 R&D는 꿈도 꾸기 어려운 여건에선 인재를 모으기 힘들고, 장기적으로 환자 피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가 R&D 예산 27조4005억 원 중 전국 국립대병원 17곳에 투입된 금액은 1188억 원(0.4%)에 그쳤다. 그중 서울대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 804억 원이 투입됐다. 비수도권 국립대병원이 받은 지원액은 총 338억 원에 불과해 1곳당 22억 원꼴이었다. 이는 연간 수조 원 규모의 연구비가 지원되는 미국 하버드대 부속병원 등 선진국 병원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하다. 일본에서 오사카대와 교토대 등 지역 거점 국립대 부속병원들이 5∼10년 단위로 장기간 정부 지원을 받아 중증외상이나 난치암 등 필수의료 R&D를 선도하는 것과도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부실한 R&D 지원이 결국 환자의 피해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항암제 신약 임상시험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하는 신약의 임상 2, 3상은 말기 암 환자에게 최후의 희망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다수 지역 국립대병원은 임상시험을 위한 전담 인력이나 전용 병동은 물론이고, 까다로운 시험 조건을 맞출 수 있는 냉동고 등 장비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