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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아닌데…” 국내 카페 ‘팁 박스’ 등장 시끌

입력 | 2023-07-11 10:38:00

트위터 캡처


국내의 한 카페에 ‘팁(tip·봉사료)’을 넣는 유리병이 등장해 논란이다.

최근 한 트위터 이용자는 ‘한국에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문화, 팁’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을 보면 카페로 보이는 공간에 유리병으로 된 ‘팁 박스’가 놓여 있다. 병 안에는 손님들이 넣은 것으로 보이는 지폐가 가득하다. 팁 박스 옆에 놓인 매장 이용 안내문에는 ‘1인 1잔 부탁드린다’는 문구도 적혀 있다.

사진을 공개한 트위터 이용자는 “원래 팁이 직원들 시급을 법적으로 최저임금보다 적게 줘도 되는 것 때문에 있는 걸로 아는데 한국에서는 왜 팁을 달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팁 문화는 17세기 영국과 유럽 상류층의 문화였다가 이후 미국으로 넘어왔다. 특히 남북전쟁 이후 과거 노예였던 흑인들이 해방돼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팁 문화가 널리 퍼졌다. 낮은 임금을 주는 대신 팁에 의존하게 한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통상 음식값의 20% 정도를 팁으로 낸다.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카페 계산대 결제 화면 모습. 과일 주스 2잔을 시켰더니 15%, 20%, 25%, 맞춤(custom)에서 팁을 고르게 돼 있다. ‘팁 없음(no tip)’ 선택 탭은 배경 화면과 색깔이 비슷해 눈에 잘 띄질 않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우리나라 누리꾼들은 팁 문화가 불편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배달비와 포장비가 생긴 것도 모자라 팁도 내야 하나” “팁 문화가 있는 나라는 월급으로 생활이 어려워 대신 팁으로 먹고사는 건데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지 않나” “직원 한 명이 테이블 전담해서 서빙하고 필요한 것을 가져다주면 모르겠는데 한국 카페들은 모두 고객이 직접하지 않나” “탈세의 일환 아니냐”며 분노했다.

논란이 된 카페에 자주 간다는 한 누리꾼은 “가게 위치상 외국인이 많다. 자체적으로 팁 달라고 만든 게 아니고, 외국인들이 자꾸 팁 주고 팁 어디에 주냐고 물어서 만든 거로 알고 있다”며 대신 해명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현행법상 손님에게 음식값 외 별도의 봉사료를 요구하는 것은 불법이다. 2013년 개정된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메뉴판에 부가세와 봉사료를 모두 포함한 최종 가격만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팁 문화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터치스크린 형태 단말기나 휴대용 태블릿으로 결제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기기가 팁을 얼마 줄 건지 묻고 고객이 입력을 마쳐야만 결제가 완료된다. 테이크아웃이 주를 이루는 커피숍이나 샌드위치 가게 등 예전 같으면 팁을 안 주고 넘어갔을 매장에서도 디지털 결제 과정에 팁 선택 버튼을 넣은 것이다. 사업자들은 어디까지나 ‘선택’이라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사실상 강요’라며 불만이 만만치 않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