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성 재발열 증후군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CAPS)을 앓고 있는 6살 딸의 아픈 이야기를 꺼내고 있는 이모 양의 어머니. 훨씬 좋은 치료제가 있지만 치료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진한 의사·기자
―유전성 재발열 증후군(CAPS)은 어떤 질환인가?
“몸에 ‘인터루킨-1베타’라는 염증 유발 물질을 과도하게 생성해 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아이는 출생 직후부터 발열과 온몸에 발진이 있었다. 특히 발진은 매일 일어났다가 없어졌고 이유 없는 발열이 계속 반복됐다. 처음 대학병원에 입원했을 때 받은 진단은 ‘독성홍반’이었다. 그 오진으로 인해 신생아 때부터 독하다는 피부약을 몇 년 동안 복용했다. 그 후로도 낫지 않아 여러 대학병원을 다녔지만 ‘요로감염이다’ ‘불명열이다’ 등 각종 오진을 여러 번 받았고 수십 번의 피검사와 엉뚱한 약도 많이 먹었다. 약을 먹어도 40도 넘는 열과 경련, 매일 반복되는 발진, 눈의 충혈, 걸음걸이 이상이 왔다. 나아질 기미 없이 계속 나빠졌다. 열이 오르기 시작하고 바로 해열제를 먹이지 않으면 40도 넘는 고열이 나기 때문에 ‘아이가 정말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고 새벽에 한 시간마다 일어나서 체온계로 열을 재고 해열제를 먹였다. 아이가 언제 아플지 몰라 새벽에 잠을 제대로 잔 적이 거의 없었다. 결국 5살 때 백혈구 수치가 너무 높아서 유전자 검사를 받은 결과 겨우 정확한 진단이 나왔다.”
“병원에서 첫 진단을 받았고 이상 여부 검사를 받았을 때 뇌척수액에서 염증이 발견됐고 시신경에도 부종이 이미 있었다. 자칫 실명되거나 청각이 손상될 뻔했고 생명에도 위험이 올 뻔했다.”
―현재는 어떤 치료를 받고 있나?
“주사를 매일 저녁에 맞고 있다. 완치는 현재의 의술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만성 염증을 초기에 차단해 장기 여러 곳에 발생하는 손상을 최소화하고 예방하는 차원에서 맞는 주사제가 유일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
6살 이모 양.
―부모로서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완치가 가장 큰 목표이긴 하지만 현재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치료 방법이라도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 하루에 한 번씩 맞는 주사가 정말 괴롭다. 미국, 일본, 영국, 스위스 등 선진국에서는 8주에 1회만 맞는 주사가 있는 데도 우리는 처방을 받을 수가 없다. 국내에선 아직 보험이 적용되지 못해 들어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치료제가 있는 데도 사용할 수도 없다는 것이 정말 부모로서 아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하루빨리 치료제가 보험이 적용돼서 경제적인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