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가상자산 회계지침 발표 "법인 투자 활성화 초석 마련"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회계 지침을 마련한 가운데 이를 계기로 법인 투자 길이 열릴지 주목된다. 가상자산 거래에 있어 공정가치 개념이 정립됨에 따라 가상자산을 금융자산으로 인정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11일 가상자산 관련 회계·공시 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공개했다. 해당 방안은 ▲가상자산 관련 거래별 회계처리에 대한 감독지침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주석공시를 의무화하는 회계기준서 개정 등 2가지로 구성됐다.
금융위는 지난달 30일 가상자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이어 가상자산을 발행하거나 보유한 기업이 관련 회계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그 매개체인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거래가 활발해짐에 따라 명확한 회계 처리 지침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송병관 금융위 기업회계팀장은 “가상자산은 다양한 상황에서 공정가치로 측정해야 하는데, 공정가치 측정에 있어 구체적으로 회사나 감사인의 통일된 기준·절차가 없어 단순히 기준서만으로는 실무적으로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에 있어 활성시장, 공정가치 등의 개념에 대한 구체적 조건을 사례와 함께 충실히 제공할 것”이라며 “회사와 감사인이 재무제표 작성과 감사 절차 수행 시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법인 투자 길 터줄 것”
금융당국이 불분명했던 공정가치 개념을 정비함에 따라 그간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 있던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거란 진단이 제기된다. 공정가치 회계를 적용한다는 건 결국 투자한 가상자산을 시장가격에 따라 즉시 손익에 반영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공정가치 회계 적용 지침은 기업 및 기관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 본격 투자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중대한 이정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손 대표는 이어 “최근 가상자산법 제정과 함께 회계 지침까지 공개되면서 법인 투자 활성화의 초석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며 “4대 대형 회계법인 역시 이를 겨냥해 가상자산 관련 회계 프로세스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르도는 한국디지털자산수탁(케이닥·KDAC), 한국디지털에셋(코다·KODA) 등과 함께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를 획득한 국내 3대 가상자산 수탁사다. NH농협은행이 가상자산 커스터디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 지분을 투자한 곳이다.
회계업계 또한 이번 지침을 반길 전망이다. 가상자산이 높은 가격 변동성을 띤 만큼 무형자산이 아닌 당기손익 공정가치가 반영되는 금융자산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역설해 왔기 때문이다.
무형자산은 통상 상표권과 특허권처럼 기업이 생산활동 등을 목적으로 오래 보유하는 자산을 말한다. 또 장부 가격보다 낮아지면 차액을 평가 손실로 반영하지만, 반대로 가치가 올라가면 증가액은 손익에 포함하지 않는다.
미국 회계 당국은 이미 이같은 결론을 내린 상태다. 앞서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지난해 10월 이사회를 열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에 투자한 기업들이 공정가치회계를 적용해 시장 가격을 즉시 회사 손익에 반영하도록 권고하는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게리 뷔셔 FASB 이사는 당시 이사회에서 “그동안 많은 투자자로부터 공시를 통한 투명한 투자를 원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이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공정가치를 통해 회계에 반영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을 제한하고 있지 않다. 다만 은행이 법인에게 실명계좌를 발급해 주지 않아, 사실상 국내 거래소를 통한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는 불가한 상태다. 이에 국내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국내 법인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