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인 11일 오전 서울시내 보신탕 가게에서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2023.07.11. 뉴시스
“수십 년 동안 운영해 왔는데, 이제 정말 다른 장사를 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초복을 맞은 11일 오전 11시 반경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골목. 보신탕 전문점이 서너 곳 남은 이 골목은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했다. ‘60년 전통’이란 문구를 내걸고 보신탕집을 운영해 온 사장 박모 씨(60)는 “매출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박 씨의 식당 중 2층은 아예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고 1층 테이블은 8곳 중 6곳이 비어 있었다. 박 씨는 “복날 특수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라며 “단골마저 최근 발길이 끊기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보신탕집에서도 이날 낮 12시 반경까지 1만7000원짜리 보신탕을 주문한 손님은 2명에 불과했다.
● ‘개 식용’ 비판 확산에 업종 바꾸는 보신탕집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신탕 대신 삼계탕이나 오리탕 등으로 메뉴를 변경하는 곳도 적지 않다. 서울 송파구에서 음식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55)는 “보신탕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더 이상 영업을 이어갈 수 없어 2년 전 삼계탕과 오리 요리로 메뉴를 바꿨다”며 “아직 보신탕을 판매하고는 있지만 찾는 손님은 거의 없다”고 했다.개 식용을 둘러싼 찬반 논란도 여전히 팽팽하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 생존권 투쟁위원장은 “개 식용 문제는 국민의 식주권이기에 법으로 막아서는 안 된다”며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신고 절차를 마치고 유통하고 있는데 정치권이나 동물보호단체에서 개고기 판매를 금지할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개 식용을 위해 개가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이 정서적 학대를 받고 있다”며 “정부가 개 식용을 종식하기 위한 결단을 신속하게 내려 줄 때”라고 주장했다.
● 보신탕집 대신 복날 특수 누리는 삼계탕집
복날인 이날 직장인들은 보신탕집 대신 삼계탕집으로 몰렸다. 이날 낮 12시경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삼계탕집 앞에서 줄 서 있던 직장인 김승환 씨(37)는 “초복이라 몸보신하러 왔다”며 “주변에도 초복이라고 개고기를 먹는 사람은 못 봤다”고 했다.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