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 4년만에 50% 넘게 급증 작가-강사 등 일부 ‘자아실현’ 유형도 무허가 겸직도 증가… 작년 119건 적발 “지나친 겸직 몰두는 경계 필요 있어”
동아일보 DB
“물가도 올랐는데 공무원 월급에 생활비 빼면 남는 게 하나도 없어요. 겸직이라도 안 하면 매달 적자입니다.”
지방에서 일반행정직 9급 공무원으로 일하는 A 씨는 11일 ‘무허가 투잡’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현재 액세서리를 파는 온라인 쇼핑몰을 1년 가까이 운영 중이다.
A 씨는 “겸직 신청도 생각해봤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주변에서도 안 좋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해 가족 명의로 사업자를 등록한 후 운영 중”이라며 “한 달에 적게는 50만 원, 많게는 150만 원 추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밝혔다. A 씨가 정부에서 받는 월급(약 250만 원)을 고려하면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 겸직하는 공무원 지난해 기준 1만3406명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25조에 따르면 공무원은 일과 영리 업무를 같이 할 수 없지만 담당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한해 소속 기관장 허가를 받은 후 겸직할 수 있다.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면 실제로 ‘투잡’을 하는 공무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겸직 공무원 상당수는 생계 때문에 야간 대리운전, 호텔 객실 청소,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의 한 교육청에서 일하는 공무원 신모 씨(33)는 “200만 원 남짓한 월급으로는 한 달에 10만 원 저축하기도 빠듯하다”며 “‘공노비(공무원+노비)’란 말까지 나오는데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한 겸업은 큰 문제가 없다면 제한 없이 허용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부는 ‘자아 실현을 위해서’란 이유를 들기도 했다. 웹소설·웹툰 작가 일을 하거나 요가 강사 또는 필라테스 강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1년 가까이 주말마다 요가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공무원 B 씨(34)는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자아실현의 욕구를 요가 강사라는 직업이 채워주는 것 같아 매주 요가 가르치러 갈 날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 무허가 겸직 적발도 늘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낮은 월급 인상률과 경직된 조직 문화 때문에 생활비 마련 또는 자아실현 등을 이유로 겸직하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며 “일에 지장이 없는 경우는 모르겠지만 사명감을 갖고 근무해야 할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겸직에 몰두하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