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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교, 철근 접착력 떨어져 붕괴… 분당에 같은공법 다리 51개”

입력 | 2023-07-12 03:00:00

정부 “도로-다리 잇는 캔틸레버 균열
물-제설제 파고 들어 철근다발 부식
성남시, 사고 징후에도 보수 안해”



이용강 국토안전관리원 자체사고조사위원장이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성남 정자교 보도부 붕괴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3.07.11. 뉴시스


올해 4월 발생한 경기 성남시 정자교 붕괴 사고는 다리 위 콘크리트에 물과 제설제가 오랜 기간 파고들며 콘크리트에 고정된 철근의 접착력이 떨어져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 점검 과정에서 콘크리트 강도가 약해진 데다 다리 끝부분이 아래로 처지고 균열이 발견되는 등 사고 징후가 감지됐지만, 관리 주체인 성남시는 적절한 보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안전관리원 사고조사위원회가 정자교 붕괴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지자체의 관리 소홀이 명확해지면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1993년 준공된 정자교 도로부 콘크리트에 제설제(염화칼슘)와 물이 스며든 후 온도 변화로 얼었다가 녹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벌어졌다. 도로와 다리를 잇는 ‘캔틸레버’ 부분이 균열돼 콘크리트의 방수층이 손상된 데다 교량 뼈대인 철근에 물과 염분이 닿으면서 철근 다발이 부식됐다. 철근은 염분에 취약한데 붕괴 구간 염화량은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이었다. 손상된 콘크리트가 철근을 고정하는 힘이 떨어지면서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붕괴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콘크리트 압축 강도는 평균 32.77MPa로 설계 기준(40MPa)에 못 미쳤다. 붕괴 인접 구간의 강도는 29.45MPa로 기준치의 74%로 내려갔다. 안전 시스템도 미비했다. 정자교 점검 과정에서 포장 균열, 처짐, 동결융해로 인한 파손 등이 보고됐으나 제때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정기 안전 점검에서 ‘양호’(B등급) 판정을 받았다.

국토부에 따르면 정자교처럼 캔틸레버 공법으로 지어진 다리는 전국에 1313개에 이른다. 특히 1기 신도시의 캔틸레버 교량은 56개의 대부분인 51개가 분당신도시에 있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캔틸레버 교량에 대해 지자체와 합동 실태점검에 들어갔다.

경기 성남시는 정자교 붕괴 사고 관련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시공사를 상대로 이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계는 분당구청 교량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 11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고, 교량점검업체 직원 10명을 수사 중이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