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前부지사 재판에 첫 출석 “이화영, 李대표에 말했다고 얘기” “대선후 포함 李와 4차례 통화” 주장 이화영 “쌍방울 자체 사업비” 반박
김 전 회장은 11일 오후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신진우) 심리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이 법정에 나와 쌍방울의 대북송금 의혹 관련 진술을 한 건 처음이다.
● “이 대표 영향력 컸다”
앞서 검찰은 김 전 회장을 여러 차례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려 했지만 김 전 부회장이 증언을 거부하며 무산됐다. 그러나 이날 증인석에 앉은 김 전 회장은 그간 이 전 부지사 측이 부인해온 쌍방울의 각종 대납 의혹을 인정했다.먼저 2019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약 65억 원)를 대납한 걸 두고 검찰이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경우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 대납한 게 아니냐”고 묻자 김 전 회장은 “당연히 그분 때문에, 그분 영향력이 컸다”고 시인했다.
검찰이 “이 대표도 대납 사실을 알고 있었냐”고 묻자 김 전 회장은 “맞다”고 했다. 이어 “대납 사실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얘기를 이 전 부지사로부터 들었느냐”는 질문에는 “(내가) 물어봤다. (이 전 부지사가) ‘당연히 (이 대표에게) 말했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스마트팜 비용 대납 직후인 2019년 5, 6월경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만났다고도 했다. 쌍방울 대납에 대해 이 대표 측에서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는 것이다. 또 검사가 “김 전 부원장이 이 대표가 대납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느냐”고 묻자 김 전 회장은 “네, 비슷하게 여러 가지 고맙다는 취지로 (말했다)”라고 진술했다.
이날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북측과 이 대표의 방북에 대해 논의하고 방북 비용 300만 달러(약 39억 원)도 대납했다고 인정했다. 특히 방북 비용 대납을 추진하던 2019년 9월경 경기도지사 관사에서 이 대표를 만나기로 약속하는 등 “세 차례 만나려 했으나 모두 불발됐다”고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이 대표를) 만나면 (동행해 방북하는 방안을) 얘기하려고 했다”며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돼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북한 측에서 이 대표 방북 시 “문재인 대통령이 왔을 때보다 성대하게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 “이 대표와 통화에서 ‘힘내시라’ 했다”
이날 법정에서 김 전 회장은 2019년 1월 중국 선양의 한 식당에서 북측 인사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와 통화를 시켜줬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대표가 “열심히 하시라”고 해 “열심히 하겠다”고 답변했다는 것이다.또 김 전 회장은 ‘2차 아시아태평양의 평화 번영을 위한 국제대회’가 열린 2019년 7월에도 이 대표와 통화해 “북한 사람들 초대해서 행사 잘 치르겠다. 저도 같이 (이 대표의) 방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검사가 “이 대표도 그때 방북 비용을 쌍방울이 낸다는 사실을 아는 것으로 보였나”라고 묻자 김 전 회장은 “네”라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12월과 지난해 2월에도 이 대표와 통화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지난해 통화에서는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에게 “한번 질 수도 있는 거고 다음에 잘되지 않겠냐. 힘내시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경기도와 쌍방울의 대북사업은 별개”라며 “쌍방울이 북한 측에 넘긴 800만 달러는 경기도 사업 대납이 아닌 쌍방울 자체 사업을 위한 비용”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