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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 지칭… “별개 국가로 적대하겠단 뜻”

입력 | 2023-07-12 03:00:00

김여정 담화서 ‘대한민국’ 첫 표현
‘같은 민족’ 아닌 적대 국가로 규정
金 “美와의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
향후 ‘고강도 군사도발-南패싱’ 우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사진)이 10, 11일 이틀 연속 주한미군 정찰기 활동에 대한 비난 담화를 내면서 이례적으로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해 그 의도가 주목된다. 북한은 통상 한국을 ‘남조선’ ‘남조선 괴뢰’ 등으로 지칭해 왔다. 이에 정부 안팎에선 북한이 이제 우리를 같은 민족이나 통일의 대상이 아닌 ‘별개의 국가’로 보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남(對南) 타격용 전술핵무기 운용을 공언한 북한이 한국을 대화 상대가 아닌 ‘적대 국가’로 규정해 향후 군사 도발을 정당화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 “민족 아닌 별개 적대 국가로 규정한 듯”
김여정은 11일 담화에서 “《대한민국》 군부 깡패들”, 전날 담화에선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 “《대한민국》족속” 등으로 표현했다. 특히 ‘대한민국’ 앞뒤에는 북한이 통상 강조하거나 비판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겹화살괄호(《》)까지 붙였다. 어떤 목적이나 의도가 담긴 표현이라고 사실상 시사한 것.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과거 남북 관계에서 남측을 ‘적대적 국가’로 보는 전략을 사용했다”면서도 “한국을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앞서 남북은 1991년 체결한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상대방을 ‘나라와 나라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 관계’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2021년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했다. 당시 북한은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 혁명과업 수행”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대신 “공화국 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 사회 건설” 등의 문구를 삽입했다. 남북한을 통일 국가가 아닌, ‘국가 대 국가’로 보겠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 남북 관계의 상징적 존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8차 당 대회를 기점으로 모습을 감췄다. 노동당의 대남비서 직책도 이 시기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남북은 관계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30년 넘게 같은 민족이라는 특수성을 서로 인정해 왔다”면서 “이제 이런 관점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결국 북한이 이번 담화를 계기로 남한을 같은 민족이란 개념 대신 별개의 ‘적대 국가’로 확실하게 규정했고, 이를 명분으로 향후 강도 높은 군사 도발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바라보겠다는 것은 사실상 전술핵무기 사용을 정당화하겠다는 주장”이라며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배치는 기존의 민족 논리와 상충되기 때문에 남한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김여정 “미국과의 문제에 끼어들지 말라”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주한미군의 정찰기 활동이 “우리 군과 미군 사이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만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겠다는 의도까지 내비친 것이다.

최근 북한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을 추진하자 그동안 남북 간 사안에 대응해 온 노동당 통일전선부나 조평통이 아닌, 외교 관계를 담당하는 외무성을 통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당시 외무성은 현 회장 일행의 방북을 ‘입경(入境)’ 대신 ‘입국(入國)’이라고 표현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북한이 남북 관계를 민족에서 국가 간 관계로 변경해 김일성, 김정일도 지켜온 남북관계 틀을 바꾸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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