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튀르키예, 막판 스웨덴 가입 동의 내년 스웨덴~핀란드 철도 완공땐… 러 턱밑까지 물자-병력 신속 수송 “러 인접 발트해가 나토 연못 됐다”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왼쪽)이 10일(현지 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합의한 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빌뉴스=AP 뉴시스
올 4월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32번째 회원국으로 가입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러시아를 제외한 북극권의 7개국 전역이 ‘나토 블록’에 편입됐다. 나토가 2001년 9·11테러 발발 이후 ‘테러와의 전쟁’ 속에 2004년 7개 동구권 국가를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인 이래 가장 상징적인 안보 영토 확장이다.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나토의 동진을 막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쟁을 지켜본 북유럽 국가들이 안보를 위해 중립국 지위를 버리면서 러시아는 오히려 나토 영역을 더 확장시키며 자국의 고립을 불러오는 역풍을 맞게 됐다.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지인 발트해를 나토 회원국이 에워싸며 발트해에 인접한 러시아를 더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튀르키예, 실리 챙기며 스웨덴 가입 동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당초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튀르키예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도록 협조해 주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동의하겠다’는 뜻을 고수했다. 이후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의 회동에서 스웨덴이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돕기로 하면서 돌파구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웨덴이 EU 회원국으로서 튀르키예의 EU 가입 절차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스웨덴은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 이후 약 200년간 군사적 중립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와 함께 같은 해 5월 나토 가입 신청서를 냈다. 둘 중 핀란드만 올 4월 우여곡절 끝에 31번째 나토 회원국이 됐다. 나토 회원국이 되려면 모든 회원국이 각자 의회에서 가입 비준안을 가결해야 하는데 스웨덴은 그간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에 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헝가리도 11일 가입 지지 의사를 밝혔다.
● “발트해가 ‘나토 연못’ 될 것”
스웨덴이 나토에 합류하면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북극권 국가(미국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캐나다)가 나토 동맹국이 된다. 여기에 내년 스웨덴과 핀란드를 잇는 철도가 완공되면 나토 회원국들은 핀란드 도시 케미예르비까지 물자와 군인을 쉽게 수송할 수 있다. 이 도시는 차로 러시아 국경까지 불과 1시간, 러시아 핵 기지와 군사 기지까지는 7시간 거리에 있다. 나토의 활동 반경이 러시아의 턱밑까지 다가가는 것이다.
영국군 수장인 토니 러더킨 제독은 “우크라이나 전쟁 전만 해도 많은 사람이 존재 가치를 의심하던 나토가 이렇게 다시 통합되게 했다는 점에서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패배한 것”이라고 영국 텔레그래프에 밝혔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11일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분명히 반러시아적 성격을 강하게 표명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나토 정상회의를 몇 시간 앞둔 11일 오전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여러 도시에 드론 등으로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