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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처리 관련 제6호 법안 발의…리걸테크 발전방안 모색 [유니콘팜이 간다]

입력 | 2023-07-12 17:03:00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장이 높은 규제의 벽에 가로막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에 여야 의원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연구모임 ‘유니콘팜’을 결성했습니다. 규제 합리화와 관련 정책 개발, 입법 방안 등을 모색하려는 목적입니다. IT동아는 월 1회 연재 기획, [유니콘팜이 간다]를 통해 이들의 활동 내용을 전달합니다.

출처=유니콘팜


유니콘팜, 제6호 법안 발의…익명처리 관련 데이터 산업 활성화 목적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2022년 11월, 복잡하게 얽힌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여야 의원 11명이모여 유니콘팜(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을 결성했다.

결성 후 약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유니콘팜이 발의한 법안은 총 여섯 개. 광폭 행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정보 주체의 위임으로 주민등록번호 처리 업무를 가능케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문화 지식재산 금융의 산업적 기반을 조성하는 내용의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개정안’ ▲의료광고 모니터링 강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 ▲법률소비자의 변호사 선택권을 넓히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지난 6월 29일에는 김한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제주을)이 유니콘팜 제6호 법안으로, 익명처리 관련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한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제주을). 출처=김한규 의원실


유니콘팜 활동 내역. 출처=강훈식 의원실


현행법상 개인정보를 익명처리하면 더는 개인을 알아볼 수 없는 정보로 취급,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었으나 익명처리의 구체적인 방법과 평가에 대한 세부 규정이 없어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제대로 익명처리가 됐는지 평가할 방법도 없었다. 익명처리 절차를 거쳐도 개인정보로 취급될 우려 때문에 정보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한규 의원은 "2011년 빅데이터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는 익명정보를 여전히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정보를 개인정보호위원회의 감독하에 안전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만들어 AI·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의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번 법안을 발의했다”며 “법률에 익명처리 규정을 명확히 추가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익명처리 적정성 심사·평가 전문 기관을 지정하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 관련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고 말했다. 해당 법 개정안 전문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발전방안 토론회 개최…로톡과 변협 갈등 사례 논의

유니콘팜은 지난 6월 13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리걸테크 스타트업 발전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유니콘팜 '리걸테크 스타트업 발전방안' 토론회 현장. 출처=강훈식 의원실


변호사 광고에 대한 금지 유형을 대한변호사협회의 내부규정(현행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이 아닌 법령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소영 의원 대표 발의)을 발의한 바 있는 ‘유니콘팜’은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리걸테크를 두고 갈등보다는 상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강훈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아산을)은 “타다 사태를 돌이켜보면, 국회와 정치권이 반성해야 할 지점은 기존 산업과 혁신 산업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 때까지 제대로 역할을 못 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리걸테크를 둘러싼 갈등에 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것이 국회 유니콘팜 모임을 만들고 리걸테크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이유”라고 말했다.

리걸테크 플랫폼을 두고 긴 공방을 펼치는 대표적인 사례로 8년간 이어진 변호사 광고 플랫폼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 간 갈등이 꼽힌다.

로앤컴퍼니가 2014년 출시한 ‘로톡’ 서비스는 일정 광고료를 변호사들에게 받은 후 법률 자문을 구하는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변호사 목록과 광고를 실어주는 리걸테크(변호사 광고 플랫폼) 서비스다.

리걸테크는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법률적인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등장했다. 리걸테크 기업들은 근로계약서 위험조항 분석과 변호사 광고, 고소장 작성 등에 AI 기술을 적용해 다수가 법률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진입 문턱을 낮추고자 했다. 하지만 대한변호사협회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을 회칙 위반 등의 이유로 징계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변협은 로톡이 변호사가 아닌 자이면서 변호사와 소비자를 주선, 대가를 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로톡 측은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수사기관이 변협의 주장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내렸고, 공정거래위원회 역시 변협이 자의적으로 로톡 서비스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규정해 변호사의 사업 활동을 제한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고 맞섰다.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오는 20일, 로톡을 이용하다가 징계 처분을 받은 변호사 123명이 낸 이의신청에 대한 심의를 개최하기로 해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니콘팜 제5호 법안인 변호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의왕·과천)은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기술 변화와 소비자의 수요에 맞춰 변호사 업계와 기능도 변화해야 한다”며 “이번 변호사 광고 관련 개정안뿐만 아니라, 리걸테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관련 법안들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 발제 중인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 출처=강훈식 의원실


토론회에서 ‘법률 플랫폼 소비자 효용’을 주제로 발제한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은 아는 변호사가 없다고 답하는 비율이 더 높고, 대신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얻으려는 용의도 컸다”며 “법률 플랫폼은 특히 저소득층의 법률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큰 효용가치가 있다. 플랫폼의 등장으로 기존에 법률서비스 이용을 포기했던 사람들까지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법률시장 자체가 커진다는 것도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고 말했다

김성원 의원(국민의힘, 경기 동두천·인천)은 “한국과 유사한 법률시장 환경을 가진 일본은 리걸테크 유니콘을 배출하는데 우리는 아직 정체돼 있다”며 “국민적 효용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 글로벌 무대에서 뒤처지지 않는 리걸테크 산업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김본환 대표는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 끝에 로톡을 출시했지만, 오랜 규제 이슈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이번 토론회가 특히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스타트업들에 희망을 보여주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법률문서 자동 작성 서비스 ‘아미쿠스렉스’(로폼), 법률문서 번역 서비스 ‘에이아이링고’ 등 주요 리걸테크 스타트업도 참여해 사업모델과 규제 이슈를 발표하며, 성장과 정체 사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리걸테크 산업에 관해 논했다.

동아닷컴 IT전문 김동진 기자 (kd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