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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수신료 분리 징수방법? 저희도 몰라요” 아파트 등 현장 곳곳 혼란

입력 | 2023-07-12 18:13:00

전기요금과 TV수신료 2500원이 통합된 납부서.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국전력에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문의하라고 하고, 관리사무소는 들은 게 없다고 하니 황당할 따름입니다.”

법적으로 TV 수신료와 전기요금 분리 납부가 가능해진 12일 서울 성북구에서 만난 아파트 주민 김모 씨(27)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는 “한전과 관리사무소가 서로 책임을 미루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황당해했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이 통과되면서 KBS 수신료 위탁 징수를 맡은 한전은 전기요금과 별개로 KBS 수신료 전용 청구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자동이체로 전기요금을 내는 경우 이날부터 고객센터(123)에 전화하면 전기요금만 자동이체하고 TV 수신료 계좌는 별도로 안내할 방침이다.

문제는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다. 한전은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를 통해 전기요금과 TV 수신료 등을 통합 징수해 온 만큼 관리사무소가 별도 수납 시스템을 갖춰야 분리 납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성북구 아파트의 한 관리사무소는 “(분리 징수 내용을) 뉴스로만 들었고 한전 측에서 따로 공지나 공문을 받은 게 없다”며 “공문이 언제 내려올지도 모르는데 주민들 전화는 계속 오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주상복합 관리사무소 역시 “아직 관련 공문이나 지침을 받은 게 없다”며 “주민들에게 현재로서는 따로 낼 방법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측에도 TV 수신료 분리 납부 방법에 대한 문의가 오전부터 빗발쳤다. 한전은 “이날 오후 4시까지 약 7만 건의 고객문의가 접수됐는데 이는 평소대비 15% 가량 늘어난 것”이라며 “이 중 70% 가량인 약 5만 건 가량이 분리 납부 관련 문의였다”고 밝혔다.

문의가 늘면서 전화 연결도 잘 안 됐다. 강북구 주민 조모 씨(27)는 “한전에 전화 연결이 안 돼 오전부터 몇 번이나 시도했다”며 “오후에 7분 이상 기다린 끝에야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전 측은 “12일 오전 전국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에 수신료를 따로 낼 수 있도록 별도의 수납계좌를 만드는 등의 방법을 안내했다”며 “일부 관리사무소와 소통이 잘 안 이뤄진 것 같은데 전국 한전 사업소에서 관리사무소 2만8000곳을 순차적으로 방문하며 분리 징수 방법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분리 징수 시스템을 완전히 구축하기까지 3개월 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