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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극단정쟁” “심리적 내전”… ‘비정상 정치’에 대한 원로들의 우려

입력 | 2023-07-12 23:54:00


극단 정쟁의 늪에 빠진 정치 복원을 위해 여야 원로 정치인들이 손을 잡았다. 지난달 30일 정대철 헌정회장 사무실에 정 회장을 포함해 신영균 국민의힘 상임고문,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전직 국회의장 5명 등 8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참여 의사를 밝힌 다른 전직 국회의장을 포함해 모임 명칭을 가칭 ‘11인 원로회’로 정했다고 한다. 여야의 벽을 넘어서 전직 국회의장 등이 뜻을 모은 것은 이례적이다.

모임을 주도한 원로들이 “지금처럼 국민 혐오 대상으로 전락한 정치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은 현 정치권에 대한 통렬한 진단이다. 여야 모두 의회정치의 본령인 협상은 제쳐둔 채 서로 강경 지지층만 쳐다보면서 양보없이 맞서고 있다. 여야 간 타협에 나서면 진영 내에선 ‘배신’으로 내몰리는 비정상 정치다. 이러니 양곡법, 간호법 등 쟁점 법안을 둘러싼 정치적 타협은 기대할 수 없었고, 법안 단독 처리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라는 악순환만 반복되는 것 아닌가. 여야가 상대를 국정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보는 심리적 내전(內戰) 상태에서 정치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다.

수도권 주민들의 오랜 숙원인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도 여야 간 정쟁의 제물로 던져진 모양새다. 야당 탓하며 국책 사업을 하루아침에 백지화시킨 정부·여당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부동산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통령 탄핵 운운한 야당 일각의 대응도 선을 넘은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여야 대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민생정치는 나 몰라라 팽개친 채 정치적 득실 계산만 번득이는 형국이다. 여야가 사활을 걸고 있는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이런 극단정치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대립하는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 본연의 역할이다. 하지만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긴다면 정치 혐오만 키울 뿐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싸워서 이기는 정치가 아니라 한발 물러서서 이기는 정치의 묘를 발휘해야 할 때다. 여야 지도부는 이제라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비정상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