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이렇게 쫓아내듯 내보내는 게 말이 됩니까.”
12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1층 원무과 앞에서 만난 최모 씨(72)는 “의료진 파업으로 환자들이 피해를 겪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 씨는 간 염증으로 6일 전 입원했다고 했다.
최 씨는 “의료진이 영도구의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을 것을 안내했지만, 그 병원에서 나를 받아줄지 가봐야 알 수 있다. 2주 정도 입원 치료가 더 필요한 상황인데 의료 파업 탓에 원치 않는 퇴원을 하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의 한 병실이 텅 비었다. 병원 측은 간호사 등 직원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중증 환자 등을 제외한 입원환자를 대거 퇴원시켰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의 파업을 하루 앞둔 이날 부산대병원 원무과 접수대는 온종일 북적거렸다. 병원 관계자는 “통상 퇴원환자는 오전에 주로 원무과를 찾는다. 오후에는 퇴원한 환자가 비운 병실에 들어가려는 입원 환자가 많다. 그런데 오늘은 늦은 오후까지 퇴원환자의 줄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곳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은 보건의료노조 파업에 따른 전원 및 퇴원 방침에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어머니 퇴원 절차를 마치고 동아일보 기자를 만난 김시현 씨(45)도 발을 동동 굴렀다. 김 씨는 “80대 어머니가 잇몸 염증으로 얼굴 전체에 고름이 퍼져 1주일 전부터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4주 입원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파업 탓에 퇴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의료진이 통원 치료를 안내했지만 집에서 병원까지 왕복 2시간이나 걸린다”며 “출근도 해야 하는데 어머니와 어떻게 병원에 다닐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보건의료노조 파업을 하루 앞둔 12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한 퇴원환자 가족이 짐을 옮기고 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일부지만 의료 파업을 응원하는 환자도 있었다. 안모 씨(54)는 “60대 남편이 7개월 전 교통사고로 여전히 온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간호사가 의료 파업을 앞두고 전원해야 한다는 안내를 한 달 전부터 해왔고, 좋은 병원으로 옮길 수 있게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부산대병원 입원 병동의 병실은 텅 빈 곳이 꽤 있었다. 8층의 한 병실에는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외과 수술 등을 끝내고 재활 중이던 환자 5명이 지냈던 이 병실은 전날 4명이 퇴원했다. 남은 1명마저 이날 오전 퇴원하면서 병실 불이 완전히 꺼졌다.
12일 부산대병원의 한 병동 앞에 퇴원하는 환자의 짐이 놓여 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이 병원의 한 간호사는 “8층 병실 13곳에서 최대 38명의 환자가 입원할 수 있다”며 “지금 5명밖에 안 남았는데 모두 급한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퇴원 시 감염 등의 위험이 큰 환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부산대병원 측은 약 20개 병동에 1100여 명이 입원해 있었는데, 이날 오후까지 500여 명만 남고 모두 퇴원했다고 설명했다. 병원 측은 “중환자 200여 명을 제외한 나머지 환자 역시 파업이 시작되는 13일 오전까지 모두 퇴원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파업이 시작되면 남은 환자를 2, 3개 병동에 모아 관리할 방침이다. 부산대병원은 전체 직원 3600여 명 가운데 의사와 보건의료노조 미가입 직원 등을 뺀 2000명 이상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보건의료노조는 13일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 뒤 14일 오후 1시 부산역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한다. 이번 파업은 부산대병원과 고신대병원, 부산의료원 등 17개 병원, 약 8000명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와 공공의료 확충, 보상 확대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