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나토 공동성명 6개항서 中 겨냥 “공급망 통제 등 국제질서 전복 시도” 남중국해서 역할 확대 의지도 담겨
12일(현지 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라트비아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왼쪽부터)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빌뉴스=AP 뉴시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11일(현지 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정상회의 첫날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나토의 안보, 이익, 가치에 도전하는 세력으로 규정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등 미국 기업에 대한 경제 보복에 나서면서 유럽과는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중국의 행보를 ‘나토에 대한 균열’ 시도라고 경고하며 “동맹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나토의 아시아 연락사무소 설치 등 중국 견제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은 성명에서 빠졌다.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이 중국과의 충돌을 우려한 탓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나토는 끔찍한 괴물”이라며 “아시아태평양을 향한 검은손을 거둬들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번 공동성명이 중국에 대한 “의도적인 먹칠”이라고도 했다.
● 中 겨냥 “동맹 균열 시도에 공동 대응”
나토 31개국 정상은 이날 발표한 90개 항목의 공동성명 중 6개 항에서 중국을 거론했다. 우선 서문 격인 조항에서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발표한 ‘신(新)전략 개념’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처음 명시한 데 이어 올해 성명에서는 정치, 경제, 군사 등 전방위에 걸쳐 강도 높은 표현으로 중국에 대한 경계 수위를 높였다.
나토는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공급망 통제, 악의적인 사이버 작전, 대결적인 수사(修辭), 허위 정보 등이 나토 동맹의 안보를 해친다”며 “중국이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전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강압적인 전술과 동맹 균열 시도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중국의 사이버 전술 및 공급망 장악에 대한 경고는 지난해 신전략 개념에도 담겼다. 올해는 ‘동맹 보호’ ‘항행의 자유 지지’ 등을 추가하며 나토 차원에서 중국에 대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항행의 자유는 미중 갈등의 화약고인 대만은 물론이고 중국이 일방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남중국해 등에서 나토 역할을 확대할 뜻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토는 또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거짓 선전을 확산시키는 일을 중단할 것과 러시아에 대한 치명적인 지원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명시했다. 중국이 올 2월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제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회담 중재안에 대해 사실상 일방적인 러시아 두둔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 크렘린궁은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중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공개하며 양국 간 밀착을 과시했다.
● 인태 전략 균열 노출… 中 “나토 동진 반대”
다만 이번 공동성명에는 일본 도쿄에 설치될 예정이던 나토의 아시아 연락사무소 신설 등에 대한 내용은 빠졌다. 일본 NHK는 프랑스가 나토의 아시아 사무소 건설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중시하는 프랑스는 표면적으로 나토의 아시아 진출이 미국과 유럽의 군사동맹이라는 나토의 기존 역할을 뛰어넘는 것이며, 미중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때 유럽이 이에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내세우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