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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위협 하루만에… 北, 고체연료ICBM 도발

입력 | 2023-07-13 03:00:00

74분 최장비행… 美전역 사정권




북한이 12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2017년 7월부터 북한이 쏜 ICBM 중 가장 긴 시간 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군 정찰기의 대북 감시 활동을 겨냥해 보복을 시사한 지 하루 만에 ICBM을 쏘는 한편 74분 최장 시간 비행으로 도발 수위를 끌어올린 것. 이번 미사일은 4월 처음 발사한 고체연료 ICBM으로 연료 주입 시간이 필요 없어 기습 타격에 유리한 북한 ICBM 최신형인 ‘화성-18형’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오전 10시경 평양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며 “미사일은 고각 발사돼 약 1000km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밝혔다. 앞서 4월 화성-18형 발사 당시엔 최대 고도가 2000km대 초반이었지만 이번엔 6000km대까지 올라갔다. 정상 각도로 발사해 고도를 낮추면 최대 사거리가 1만5000km로 미국 본토 전역이 사거리에 들어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은 파리, 베를린, 런던까지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 위협”이라고 했다.




北 ‘신형 ICBM’ 74분 최장 비행… 90일만에 기술 진전 과시


‘정찰기 침범’ 빌미 대미 무력시위
정상 발사땐 美 본토전역이 타격권
“전승절 앞두고 연쇄 도발 가능성”
尹 “北미사일, 파리-런던까지 위협”

북한이 12일 동해로 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화성-18형 신형 고체연료 ICBM이 유력한 것으로 한미 당국은 보고 있다. 전날(11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 정찰기의 동해상 북한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침범’을 구실로 재차 대미 협박을 가한 지 하루 만에 발사 명령 즉시 미 본토로 날아갈 수 있는 고체연료 ICBM으로 고강도 대미 무력 시위를 강행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특히 90일 전인 4월 13일 처음 쏜 고체연료 ICBM보다 비행시간과 정점고도 등 기술력이 급진전한 점을 주시하고 있다. 고체연료 ICBM은 액체연료 ICBM과 달리 사전 연료 주입이 필요 없어 발사 명령 수십 초 만에 쏠 수 있어 탐지와 요격이 어렵다.

● 고체 ICBM 최대 추력, 최장 비행시간 시험한 듯

북한이 이날 고각 발사한 화성-18형 추정 ICBM은 약 74분간 비행한 뒤 일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250km 동해상에 낙하했다. 지난해 3월 고각으로 쏜 화성-15형(북한은 화성-17형 주장)의 비행시간(71분)을 능가하는 역대 최장 비행시간이다. 정점고도도 6000km 이상으로 당시 화성-15형의 역대 최대 정점고도(6248km)에 육박했거나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

정상 각도로 쐈다면 최대 사거리가 1만5000km로 플로리다를 포함해 미국 본토 전역이 타격권에 들어간다. 4월 발사 때는 최대 사거리가 괌에 다다를 것으로 봤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1만5000km 사정권 안의 전략적 대상에 대한 핵 선제 및 보복 타격 능력 완비 등 ICBM 고도화를 지시한 바 있다.

군 안팎에선 4월 첫 발사 후 90일 만에 화성-18형을 다시 쏴 고체 ICBM 기술력의 급진전을 과시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발사 당시 화성-18형의 1단 추진체는 정상 각도로, 2·3단 추진체는 고각으로 비행한 뒤 동해상에 낙하했다. 당시 북한은 ‘시간 지연 분리 방식’으로 최대 속도를 제한했다고도 했다. 첫 시험발사인 만큼 실패에 대비해 속도와 비행 각도를 조절해 비행거리(약 1000km)와 정점고도(2000km대 초반)를 줄여 쏜 것.

군 소식통은 “이번엔 최대 추력으로 쏴 미 본토 전역을 기습 타격할 수 있는 고체 ICBM 개발이 ‘종착점’임을 과시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체연료 ICBM은 핵탄두를 싣고 모처에 숨어 있다가 순식간에 나와서 발사 가능한 점에서 액체연료 ICBM보다 대미 기습 타격에 훨씬 유리하다. 화성-18형이 북한 ICBM의 ‘결정판’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전승절이라고 주장하는 정전협정일(27일)을 앞두고 내세울 치적이 없는 김정은이 내부 결속을 목적으로 미국을 ‘타깃’ 삼아 연쇄 도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尹 “北미사일 파리 베를린 런던 타격 가능”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연설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은 파리, 베를린, 런던까지 타격할 수 있는 실질적 위협”이라며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 시대에 유럽과 아시아의 안보가 따로 구분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앞서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국가위기관리센터와 연결된 화상회의에서 “북한의 도발은 글로벌 안보협력을 논의하는 나토 정상회의 기간에 이뤄졌다”며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개발은 국제사회의 더욱 강력한 대응과 제재에 직면할 것이다. 18일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에서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