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로스토프나도누=AP 뉴시스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수년간 암 투병을 해와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을 품고 무장 반란을 일으켰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러시아 탐사보도 매체 프로엑트는 관계자 두 명을 인용해 프리고진이 오래전부터 위암 치료를 받았으며 현재는 호전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올해 62세인 프리고진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소가즈 엘리트 클리닉’에서 치료받았다. 이 병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6촌으로 추정되는 사업가 미하일 푸틴이 운영하는 러시아 보험회사 소가즈 소유다.
프리고진이 이 병원에서 치료받았다는 것은 지난 5일 러시아 보안당국이 그의 자택을 급습했을 때 드러났다. 당국은 자택에서 ‘드미트리 게일레르’ 명의의 위조 여권을 발견했는데, 이 이름은 소가즈 엘리트 클리닉의 슈퍼 VIP 환자 목록에 올라 있었다.
그의 자택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비롯한 의료기기와 신원 불명 남성 4명의 잘린 머리가 찍힌 사진도 발견됐다.
전직 바그너 소속 용병은 프리고진의 이번 반란이 잃을 것 없는 사람의 행동이었다며 “이 남자(프리고진)는 위와 장을 잘라낸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 측근은 프리고진이 용병들에게 반란을 일으킨 이유에 대해 “나는 미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지난달 23일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의 바그너 캠프를 먼저 공격했다면서 쿠데타를 일으켰다. 바그너는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본부를 장악한 뒤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곳까지 진격했으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하루 만에 반란을 중단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