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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5번째 4대강 감사 결과… 정권 따라 바뀌는 결론 언제까지

입력 | 2023-07-14 03:00:00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시절 금강·영산강의 보(洑) 해체 등 결정을 내리는 데 역할을 한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의 평가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를 다음 주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은 이 위원회의 민간위원 전원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들이고, 당시 환경부 장관은 위원회를 구성하기 전에 이 단체와 협의하라고 직원에게 지시한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위원회가 보 해체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지표를 자의적으로 활용한 점도 감사원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감사는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2021년 2월 보 해체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감사원은 2021년 말에야 감사 착수를 결정했고 문재인 정부에선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정권이 바뀐 뒤 감사에 속도가 붙었고, 결과적으로 가뭄 대처를 위해 4대강 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현 정부의 방침에 부합하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모양새가 됐다.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는 이번이 5번째다. 이명박 정부 중반인 2011년 나온 1차 감사 결과는 ‘4대강 사업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퇴임 직전 발표한 2차 감사에서는 보의 내구성이 부족하고 수질 관리 기준도 부적절한 ‘총체적 부실’이라고 결론 내렸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3차 감사는 ‘4대강 사업은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 정부 때인 2018년 4차 감사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정부가 타당성 분석을 거치지 않은 채 4대강 사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이러니 결론을 정해 놓고 감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은 직무에 관해선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적 지위를 갖는다고 법률로 규정돼 있다. 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소신대로 감사를 하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감사 결과가 달라지고 있다. 이제 감사 결과만으로는 4대강 사업의 어떤 부분이 진짜 문제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됐다. 감사원의 위상과 입법 취지에 어긋나는 감사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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