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김승섭 외 5명 지음/324쪽·2만 원·동아시아
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5월 5일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2019년 12월 중국 정부가 원인 불명의 폐렴 발생을 보고한 지 3년 5개월, WHO가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한 이듬해 1월부터는 3년 4개월 만이다.
한국은 초기 입국 제한 등이 미비했지만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하는 한편으로 확진자에게 각종 사회적 의료적 지원을 했다. 해외에선 이른바 ‘K방역’을 대체로 호평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그만큼 많은 것을 감당하며 3년을 견뎠다. 가진 게 적은 이들일수록 더 많이 감내해야 했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를 비롯한 저자 6명은 여성과 아동,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민 등 5개 계층이 겪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고통을 추적 연구했다. 이 연구 성과를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국민이 먼저’라는 정부의 구호는 어떤 이들을 배제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지방자치단체의 마스크 지원 사업에서 한국 영주권을 가진 결혼이주 여성은 마스크를 지원받지 못하기도 했다. 국민이 아닌 ‘외국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밖에도 성인 기준으로 집행되는 방역 정책에 일방적으로 욱여넣어진 아동 인권의 후퇴, 예방적 코호트 격리 시설로 지정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먹고 씻는 최소한의 활동만 허용됐던 사례 등 고통과 차별의 각종 기록이 소개된다. K방역의 명암을 깊게 연구한 저자들의 지적은 향후 또다시 찾아올 수 있는 감염병 유행의 재난에 앞서 한국 사회가 대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시사점을 준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