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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편지로 엿보는 빅토리아 여왕의 생애

입력 | 2023-07-15 03:00:00

◇여왕이 사랑한 사람들/리턴 스트레이치 지음·김윤경 옮김/404쪽·2만 원·글항아리




“하느님이 남자와 여자를 다르게 만들었으니 지금처럼 각자의 본분에 맞게 살아야 하지 않겠소?”

1870년 여성 참정권을 주장하는 집회에 관한 보고서를 읽은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이 남긴 편지의 일부다. 어린 시절부터 엄격한 규율을 강조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영국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여성 참정권 운동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빅토리아의 재위 기간 이뤄진 사법 개혁과 의회 선거 개혁, 교육 개혁은 그의 의지에 따른 결과물이 아니었다. 프랑스 공화정 수립에 자극을 받은 영국 내 급진 여론이 힘을 얻자 개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국 비평가인 저자 리턴 스트레이치(1880∼1932)가 대영제국의 최전성기에 재위한 빅토리아 여왕의 명과 암을 가감 없이 기록한 전기다. 경제적으로는 산업혁명이, 사회·정치적으로는 각종 인권개혁이 이뤄진 영국의 황금기를 일컬어 ‘빅토리아 시대’라고 명명할 정도로 영국인에게 사랑받는 여왕이지만, 저자는 찬양 일색의 전기를 거부한다. 빅토리아 여왕이 주변 사람들과 주고받은 편지 속에서 그가 맺은 다양한 이해관계를 분석하고, 애증의 관계인 인물들을 통해 생애를 복원했다.

여왕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부군 앨버트 공(1819∼1861)이다. 앨버트 공은 밤새 춤추기를 즐겼던 여왕을 책상 앞으로 이끌어내 각종 문화 정책을 펼쳤다. 1851년 5월 열린 영국의 만국박람회는 앨버트 공의 대표적 작품이다. 유리와 철로 지어진 건축물 ‘수정궁’을 선보여 세계에 영국의 위상을 선전한 것. 저자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여왕의 공으로만 치켜세우지 않고, 그 시대를 일궈낸 다채로운 인물의 면면을 비춘다.

주변 사람들에게 남긴 편지에서 여왕은 언제나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저자는 이런 여왕에 대해 “국민은 본능적으로 빅토리아로부터 거부할 수 없는 진실성을 느꼈다. 이는 실제로 아주 사랑스러운 특징이었다”고 평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