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학자’ 제인 구달 인터뷰집 처음 침팬지와 만나 교감한 순간… 환경운동가로 헌신해온 삶 담겨 “인간만이 환경 되돌릴 수 있어… 미래세대 위해 희망 놓지 말아야” ◇희망의 책/제인 구달,더글러스 에이브럼스,게일 허드슨 지음·변용란 옮김/360쪽·1만8000원·사이언스북스
영국 동물학자 제인 구달이 침팬지 옆에 앉아 턱을 괴고 있다. 구달은 “처음 침팬지를 연구하려고 했을 때 영국 정부가 여성이 밀림에 들어간다는 사실에 경악해 승인을 거부했지만 끈질기게 버텨 허가를 받아냈다”고 말했다. ⓒMICHAEL NEUGEBAUER/ WWW.MINEPHOTO.COM ⓒ김흥구 ⓒJANE GOODALL INSTITUTE/HUGO VAN LAWICK·사이언스북스 제공
구달은 이 관찰을 자신의 스승인 영국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1903∼1972)에게 보고했다. 리키 박사는 “인간과 도구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한다”며 환호했다. 미국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촬영을 시작했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를 ‘역대 가장 영향력 있는 동물’ 15마리 중 하나로 선정했다. 하지만 구달은 60여 년 전 이때를 명성을 얻게 된 순간이 아니라 침팬지와 처음 교감하기 시작한 순간이라고 회상한다.
“나를 믿어 준 첫 번째 침팬지였어요. 녀석이 나를 받아들여 준 덕분에 다른 침팬지들도 내가 전혀 위험하지 않은 존재라는 걸 차츰 납득했어요.”
젊은 시절 구달이 새끼 침팬지와 손을 잡기 위해 손을 뻗고 있다. ⓒMICHAEL NEUGEBAUER/ WWW.MINEPHOTO.COM ⓒ김흥구 ⓒJANE GOODALL INSTITUTE/HUGO VAN LAWICK·사이언스북스 제공
구달은 어린 시절 소설 ‘타잔’(1914년)을 읽고 야생 동물과 더불어 살고 싶다는 꿈을 꿨다. 학창 시절 성적이 좋았지만,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했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돈을 모아 케냐로 여행을 갔고, 당시 케냐 나이로비 국립자연사박물관장이었던 리키 박사의 비서가 됐다. 구달을 눈여겨본 리키 박사가 “침팬지 연구를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한 덕에 연구자가 될 수 있었다.
“매일 동이 트기 전에 깨어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면서 침팬지를 찾았죠. 기어서 접근하다가 덤불에 팔다리와 얼굴이 긁히면서도 침팬지와 마주하면 심장이 터질 것처럼 설렜어요.”
구달이 바나나를 먹는 침팬지 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 ⓒMICHAEL NEUGEBAUER/ WWW.MINEPHOTO.COM ⓒ김흥구 ⓒJANE GOODALL INSTITUTE/HUGO VAN LAWICK·사이언스북스 제공
“사람들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삶을 영위하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침팬지를 구할 방법도 없었어요.”
“여전히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의 미래를 위한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간 지구에 끼친 해악을 치유할 수 있는 시간의 창문이 아직 우리에게 열려 있다고 믿습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