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中유착 의혹에 사생활 문란… ‘아들 봐주기’ 논란 겹쳐 바이든 궁지로 [글로벌 포커스]

입력 | 2023-07-15 03:00:00

바이든 아들, 美대통령 재선 최대 복병
바이든 부통령 시절부터 논란 많아… 중국의 코발트 광산 매수 돕는 등
中과 패권 다투는 부친과 엇박자… 최근 탈세 기소 후 국빈만찬 참여
법무장관과 ‘유죄인정거래’ 논란에도… 바이든 “아들 자랑스럽다” 감싸기만




《‘바이든의 아픈 손가락’ 아들 헌터

내년 재선 도전을 선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차남 헌터 바이든은 약점이자 아픈 손가락이다. 탈세, 마약, 혼외자 논란을 비롯해 중국과 우크라이나에서 사업상 특혜를 받은 의혹까지 ‘논란의 종합선물세트’라는 말까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아들 헌터보다 곤란한 의제는 없을 것이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헌터 바이든(53)에 관한 각종 논란을 조명하며 내린 진단이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시절부터 부친의 영향력에 기댄 여러 이해상충 의혹과 마약 등 문란한 사생활로 끊임없이 구설에 올랐다.

부친이 백악관 주인이 된 후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헌터는 지난 달 법무부와 탈세, 불법 총기 소지 혐의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는 대신 징역형을 면제받는 ‘플리바기닝’에 합의했다. “일반인이면 수년, 수십 년의 감옥살이가 불가피한데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2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웨스트윙에서 코카인이 발견됐을 때도 마약 투약 전력이 있는 그가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헌터의 각종 의혹을 거론하며 “헌터는 어디 있나?(Where’s Hunter?)”라는 선전 문구를 썼다. 그는 내년 대선에서도 헌터를 쟁점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헌터 리스크’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최대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 中과 바이든은 경쟁, 헌터는 유착?

조지타운대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헌터의 인생 역정은 권력자 부친을 빼고 설명할 수 없다. 그는 부친의 선거자금을 후원하던 신용카드사 ‘MBNA 아메리카’의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아들의 입사 후 당시 바이든 상원의원이 카드업계에 우호적인 법안을 추진한 것도 논란이었다.

헌터의 의혹 중 부친의 재선 가도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안은 중국과의 유착 논란이다. 헌터는 2013년 중국투자 전문 사모펀드 ‘BHR파트너스’를 공동 설립했다. 같은 해 12월 바이든 대통령은 헌터, 헌터의 딸 피너건 등을 데리고 중국을 찾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수뇌부를 만났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의 부통령 자격으로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총괄했다.

미 보수 논객 피터 슈바이처는 2018년 저서 ‘비밀의 제국’에서 바이든 부자(父子)의 중국 방문 직후 국영 중국은행(BOC)의 자회사가 BHR에 무려 15억 달러(약 1조9500억 원)를 투자했다고 폭로했다. ‘관시(關係)’를 중시하는 중국이 국영은행을 동원해 약 2조 원의 거금을 신생 펀드에 몰아준 것은 헌터가 부통령 아들이기에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헌터의 변호인은 2019년 “그가 BHR 이사회에서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뉴욕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헌터는 여전히 이 회사의 지분 10%를 갖고 있다.

2021년 NYT는 2016년 미 광산업체 ‘프리포트 맥모란’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 소유한 코발트 광산을 중국 기업 ‘차이나 몰리브데넘’에 26억5000만 달러에 파는 것을 BHR이 도왔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광물자원 독식 또한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데 아들이 설립한 회사는 중국을 도운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후 중국과 전쟁에 가까운 패권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돈을 받았으며 아직도 유착 관계가 남아 있다는 점 자체가 모순이란 비판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때부터 “바이든이 집권하면 중국이 미국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공격한 것도 이 때문이다.

● “아버지 덕에 취업” ‘우크라 커넥션’

우크라이나 유착 의혹 또한 논란이다. 에너지 업계와 관련이 없는 헌터는 2014년 4월 우크라이나 최대 천연가스사 ‘부리스마 홀딩스’의 사외이사로 선임돼 이후 5년간 월 8만3000달러 이상을 받았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중대 변곡점에 있었다. 2013년 11월∼2014년 2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 ‘유로마이단’이 발발해 친(親)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이 축출됐다. 이후 대통령에 오른 제과 재벌 페트로 포로셴코는 대표적인 친서방 인사였다.

부리스마의 설립자 미콜라 즐로체우스키는 친러 정권에서 생태천연부 장관 등을 지냈다. 횡령, 탈세, 배임 등으로 수사도 받고 있었다. 당시 바이든은 부통령으로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총괄하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체가 서방으로 기우는 시점에서 즐로체우스키가 그런 바이든의 아들 헌터를 이사로 뽑은 것은 누가 봐도 ‘보험’ 성격이었다.

아들이 부리스마에 취업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포로셴코 정권에 부리스마 수사를 중단하고, 이 수사를 주도한 빅토르 쇼킨 당시 검찰총장을 해임하라고 압박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10억 달러 원조의 대가로 쇼킨의 해임을 요구하는 녹취록도 공개됐다. 이 녹취록에서 그는 “쇼킨을 해임하지 않으면 원조를 철회하겠다”고 했다. 2016년 3월 물러난 쇼킨 전 총장 또한 “바이든이 나의 해임을 거듭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2020년 10월 헌터의 개인 노트북이 유출됐을 때는 부리스마 임원이 헌터에게 “미 워싱턴에서 당신 아버지를 만날 기회를 줘서 고맙다”라고 쓴 이메일도 발견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리스마 논란이 일자 2018년 “아들 때문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이 다시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로 미국의 군사 지원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또한 지원의 대가로 헌터의 부리스마 취업, 쇼킨 전 총장의 해임 관련 의혹 등 바이든 부자에 대한 수사를 압박했다.

이 통화가 트럼프 행정부 인사의 내부 고발로 밝혀지자 미국이 뒤집혔다. 당시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외세 결탁 혐의로 탄핵 소추했다. 같은 해 12월 하원에서는 소추안이 통과됐지만 2020년 2월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이 최종 부결시켰다.

헌터의 취업을 가능케 했던 유로마이단 시위의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이 시위로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것에 불만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4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다. 지난해 2월에는 우크라이나를 직접 침공했다.

● 술, 마약, 혼외자… 사생활 논란

2013년 12월 중국을 찾은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왼쪽)이 아들 헌터(오른쪽), 헌터의 딸 피너건과 함께 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2’를 타고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베이징=AP뉴시스

헌터는 젊은 시절부터 술과 마약을 남용했다. 2014년 코카인 양성 반응으로 해군 예비군에서 불명예 전역했다. 2021년 자서전에서 코카인을 15분마다 흡입했고 길거리 마약상과 어울렸다고 고백했다.

자신과 달리 모범생이며 부친의 정치적 후계자로도 꼽히던 형 보가 2015년 뇌암으로 숨지자 형수 헤일리와 사귀었다. 당시 첫 부인 캐서린과 별거 중이었지만 법적 혼인 관계가 끝나지 않았고 상대방이 형수여서 구설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2018년에는 전직 성인클럽 댄서 룬던 로버츠로부터 혼외자 딸을 얻었다. 헌터와 로버츠는 지난달 이 딸에게 바이든 성(姓)을 붙이지 않는 대신 헌터가 계속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돈 문제도 끊이지 않았다. 2017년 캐서린이 제출한 이혼 서류에 따르면 당시 헌터 부부는 약 31만3970달러의 빚이 있었다. 가정부 월급, 의료비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캐서린은 “헌터가 별거 기간 중 12만2000달러의 소득이 있었는데도 가족이 아니라 자신의 사치품 구매에만 썼다”고 했다.

헌터는 부친의 집권 첫해 화가로 변신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전시를 열었다. 전시를 주재한 터키계 미술상 조르주 베르제의 갤러리는 헌터의 작품을 각 7만5000∼50만 달러에 팔았다. 검증이 안 된 신인 작가의 작품치고는 과하게 비싼 가격이며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부친의 집권 첫해 작품 판매에 나선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부리스마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행정부에 줄을 대려는 외국 기업이나 부호가 헌터의 그림을 로비 용도로 쓸 가능성이 상당한 탓이다.

● 바이든의 ‘아들 감싸기’

바이든 대통령이 아들 감싸기에 급급한 것은 더 문제다. CNN, NYT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진 중에서 헌터가 재선 가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으며 그가 백악관 행사에 공공연히 나타나는 것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바이든 대통령은 헌터가 탈세 등으로 기소된 지난달 20일 관련 질문을 받자 “아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만 했다. 헌터는 이틀 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위해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등장했다. 이 자리에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도 있었다. 유죄 인정 거래를 둘러싼 논란이 상당한 상황에서 법무장관과 헌터가 중요 국가 행사에 같이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여론은 싸늘하다. 여론조사회사 라스무센이 지난달 28, 29일 미국인 105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7%는 “대통령 부친을 둔 헌터가 연방검찰의 호의를 받았다”고 답했다. 55%는 “헌터의 유죄 인정 거래를 반대한다”고 했다.

임은정 국립공주대 국제학부 부교수는 “헌터는 각종 논란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인물”이라고 진단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기득권 이미지로 큰 타격을 입었는데 헌터에 대한 불공정한 사법 절차 논란도 미 유권자에게 그렇게 비칠 수 있는 사안으로 내다봤다. 헌터의 중국 유착 의혹 또한 악재라며 “바이든 캠프 쪽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 연계설을 문제 삼겠지만 미 유권자 입장에서는 러시아보다 중국이 훨씬 큰 우려”라며 “미국은 중국과 존재론적인 싸움을 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종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 대통령의 직계존속 중 이렇게 많은 논란에 이렇게 오랫동안 휩싸인 사람은 흔치 않다”고 했다. 이어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도덕성과 품위 없는 언행에 등을 돌린 교외 중산층이 많았다는 점”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헌터 또한 아버지의 표를 깎아 먹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




● 美 대통령의 ‘가족 리스크’

친인척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미 대통령은 적지 않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딸 앨리스는 공공장소에서의 욕설, 흡연,각종 기행으로 유명했다. 1905년 한국을 찾았을 땐 서울 동대문구 홍릉의 석마(石馬)에 올라 사진을 찍는 외교 결례를 저질렀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국가를 운영할 수도, 앨리스를 돌볼 수도 있지만 둘을 동시에 할 순 없다”고 한탄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 닐은 부친의 재임 시절 파산한 ‘실버라도 대부조합’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형이 집권했을 때는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아들이 설립한 반도체 기업으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쌍둥이 딸 제나와 바버라도 미성년자 시절 음주 단속에 걸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부 동생 로저는 마약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백악관 비밀경호국은 이런 로저를 ‘두통’이라는 암호로 불렀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동생 빌리는 로비스트 등록을 하지 않은 채 리비아를 상대로 로비 활동을 하며 22만 달러를 받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딸 패티 데이비스는 아버지의 보수 노선에 반발해 어머니 낸시 여사의 결혼 전 성(姓)을 사용하고 있다. 부친의 퇴임 후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에 나체 사진을 게재했다. 어머니가 영부인 시절 약물에 손을 댔다고도 폭로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