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만에 ARF서 45분 회동 차관급 전략대화 등 강화하기로 한미일 외교, 5개월만에 만나 “北 ICBM 도발 강력히 규탄”
손 잡은 韓中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3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손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카르타=AP 뉴시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4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과 만나 한중 정상회담 등 고위급 교류 중요성에 공감하고 차관급 전략대화 등 양국 간 소통과 교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 지난해 1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로 한 정상 간 공감대도 재확인했다. 동시에 상호존중·호혜·공동이익에 기반해 건강하고 성숙한 양국 관계를 만들어 가기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
한중 장관급 이상 고위급 인사가 회동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지난달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논란 등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가 반전돼 향후 정상 간 만남 등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 중인 박 장관과 왕 위원은 이날 오후 5시 20분(현지 시간)부터 45분 동안 양자 회담을 가졌다. 중국 외교라인 서열 1위인 왕 위원은 건강 악화로 불참한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을 대신해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박 장관은 왕 위원이 외교부장 시절인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에서 대면 회담을 가진 바 있다. 11개월여 만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
양측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해 나가자는 데 공감했다. 박 장관은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는 건 한중 간 공동이익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최근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을 쏴 올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도 “(ICBM 발사는)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은 우리의 정당방위권 행사”라며 “가장 압도적인 핵억제력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박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만 미사일 71발을 쏘는 등 무력 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양 장관은 외교안보대화, 차관급 인문교류촉진위, 1.5트랙 대화 등 다양한 수준에서 양국 간 소통과 교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지난달 싱 대사의 막말 논란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에 합의한 것.
다만 한중 양국은 이날 앞서 진행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안인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싸곤 시각차를 드러냈다.
그런 가운데 한미일 외교장관은 이날 자카르타에서 회담을 갖고 북한 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했다. 북핵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3국 공조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 한미일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인 건 올 2월 뮌헨 안보회의 당시 긴급회동을 가진 이래 5개월여 만이다.
자카르타=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