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아트투어 호텔’ 가이드와 함께 파란색 택시 타고, 청년 예술가들의 미술작품 감상 왓포 사원의 거대 와불상 만난 후 최고급 요리 맛볼 수 있는 시간도
관광과 함께 예술도시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태국 방콕의 짜오프라야 강변. 석양이 질 무렵 사원 등 건물들이 물빛과 어우러져 예술 작품을 연출하는 듯하다.
《호텔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데스티네이션 호텔(Destination hotel)’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데스티네이션 호텔은 고급스러운 시설과 서비스 등을 누리는 공간인 호텔이 여행의 중심이 되고, 부수적으로 주변 관광 명소를 즐기는 트렌드를 가리킨다. 특히 국가보다는 특정 테마를 내세운 해외 호텔을 더 선호하는 현상은 MZ세대를 중심으로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태국의 ‘137 필라스 스위트 & 레지던스 방콕’은 예술 및 문화 여행을 테마로 내세운 데스티네이션 호텔로 유명하다.》
호텔 ‘137 필라스’의 로비에 걸린 미술작품. 직원들의 유니폼에도 이 작품이 새겨져 있다.
호텔 로비뿐만 아니다. 태국 현지 예술가들의 그림과 조각품 등이 호텔 내 이곳저곳에 걸려 있다. 이처럼 호텔을 태국 작가들의 작품 전시 공간처럼 꾸민 데는 이유가 있다. 호텔의 총지배인인 니다 웡판렛(30)은 “예술을 통한 감정 정화 및 건강한 삶이라는 메시지를 투숙객들에게 전달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면서 “민관 협력 사업으로 호텔 주도의 ‘방콕 아트투어’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먹고 자는 데만 그치던 호텔이 진화해 예술과 문화라는 매개를 통해 지역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방콕 현대미술에서 태국인을 읽다
방콕은 현재 예술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지속 가능한 국제 관광지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예술과 문화가 필수라는 인식에서다. 2008년 방콕시의 주도로 시암스퀘어에 설치한 ‘방콕예술문화센터(BACC)’가 그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시암스퀘어의 방콕예술문화센터는 현대 예술과 관련한 다양한 장르의 전시를 1년 내내 개최한다.
원기둥형 자연채광 구조로 조성된 센터 내부에는 전시 공간 외에 카페 및 레스토랑, 디자인 숍, 예술 도서관 등 부대 시설도 마련돼 있다. 예술인들에게는 아지트로, 일반인들에게는 충분히 쉬어가면서 현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빨간색 외벽이 인상적인 ‘짐 톰프슨 하우스 뮤지엄’
●태국 전통문화의 산실, 왓포 사원
두 거인 석상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왓포 사원.
이 사원은 16세기에 처음 지어졌다가 버마의 침략으로 무너진 후 태국의 현 왕조인 짜끄리 왕조의 창시자 라마 1세(1737∼1809)에 의해 복원됐다고 전해진다. 1832년에는 라마 3세가 이곳에 거대한 와불상을 설치하면서 왕실 사원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부처가 열반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와불상은 길이 46m, 높이 15m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불상의 발바닥은 자개로 정교하게 세공돼 있고, 발바닥 중앙에는 차크라를 상징하는 문양이 인상적이다. 와불이 워낙 크다 보니 발바닥 쪽에서 머리 쪽을 바라보아야만 거대한 와불상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불상 옆에는 인간이 겪는 108번뇌를 의미하는 108개의 청동 그릇이 놓여 있다. 여기에 동전을 던져 넣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왓포 사원은 라마 1세가 태국에서 최초로 지은 공공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전통 타이 마사지가 시작된 유서 깊은 장소이기도 한데, 현재는 전통의학센터라는 이름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사원 동쪽 끝 별관에 있는 전통 마사지 스쿨은 예약 표를 받고 대기해야 할 만큼 인기가 많다.
●맛으로 무장한 호텔 미식 문화
방콕 시내 중심가에 있는 호텔 ‘137 필라스’의 루프톱 인피니티풀. 투숙객들은 수영하면서 시티뷰를 즐길 수 있다.
호텔에서는 맛 문화도 최고급으로 즐길 수 있다. 이 호텔의 대표적인 미식 요리 코너인 ‘반 보르네오 클럽’, 칵테일 만들기 체험과 페어링 음식을 제공하는 ‘잭 베인스 바’, 제철 요리를 제공하는 고급 레스토랑 ‘니미트르’ 등에서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물론 호텔이 아닌 방콕의 전통 맛집 프로그램도 호텔 측에서 준비하고 있으니 먹거리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방콕 도시가 건설되던 라마 1세 시대에 조성된 클롱옹앙(옹앙 운하). 서울의 청계천처럼 친환경 하천으로 거듭난 곳이다.
글·사진=안영배 기자·철학박사 oj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