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SUV차량을 몰던 운전자가 미군 장갑차의 후미를 추돌해 4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국가도 손해배상 책임 일부를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삼성화재가 국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2020년 8월 경기 포천시 영로대교에서 SUV가 앞서가던 장갑차 뒷부분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SUV에 타고 있던 운전자 A씨와 동승자 등 4명이 모두 숨졌다.
SUV 주인은 동승자 B씨였는데, B씨는 삼성화재의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었다. 삼성화재는 사망 관련 보험금으로 합계 약 2억5000만원을 지급한 뒤 국가를 상대로 구상금 지급을 요구했다.
주한미국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미군의 공무집행 중 발생하는 인적·물적 피해에 대해 피해자는 한국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삼성화재는 동승자들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취득했다.
삼성화재는 주한미군 소속 운전병이 운전한 장갑차의 과실이 사고 발생의 원인이라며 보험금 30%에 해당하는 약 7500만원을 구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보험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한미군 장갑차의 주의의무 위반은 인정되지만, 주의의무 위반과 사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는 부족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반면 2심은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지급된 보험금의 10%인 약 2500만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사고 당시 비가 내리고 있어 전방 시야가 좋지 않았는데 장갑차 후미등은 왼쪽에만 설치된 데다 불빛이 약했다”며 “장갑차가 공공도로를 이동할 때 호송차량을 동반해야 한다는 주한미군 규정도 어겼다”고 지적했다.
또 “시속 48㎞ 이하로 주행했을 경우 제동거리는 약 24.35m인데 장갑차 24.35m 후방에서도 차량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기는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심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을 근거로 판단을 내린 것에는 잘못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결론이 타당하다며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