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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진흙 구덩이에서”…오송 참사 가족들 오열

입력 | 2023-07-16 11:50:00


“시신이라도 온전하게 나와야 할 텐데…저 진흙 구덩이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꼬…”

천안에 살고 있는 A(75)씨는 며느리의 연락을 받고 두 귀를 의심했다. 며느리는 “남편이 출근길에 침수된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며 울먹었다.

A씨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며느리를 달랜 뒤 부랴부랴 사고 현장을 찾았다.

현장은 참담했다. 샛노란 흙탕물로 뒤덮인 지하차도를 보며 A씨는 그 자리에서 주저 앉고 말았다.

궁평2지하차도 침수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8시45분께 발생했다. 전날부터 세차게 쏟아진 비가 미호천 둑을 무너뜨렸고, 물살이 그대로 지하차도를 지나려던 차들을 덮쳤다.


사고 발생 후 24시간이 지나가 버린 16일 오전 10시. A씨는 “아들이 살아 있지 않을 것”이라며 애통해 했다.

A씨는 “지하차도 터널 입구 꼭대기까지 흙탕물로 완전 막혀 있었는데 아들이 차 안에 그대로 있는지, 탈출했는지 모르겠다”며 “그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탄식했다.

청주시 오창읍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A씨의 아들은 어디 내놔도 부럽지 않은 장남이었다. 최근 대학을 간 아들과 딸 쌍둥이를 키우고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하다.

세종에 사는 A씨의 아들은 사고 당일도 평소 이용하던 출근길로 병원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청주에 거주하는 이경규(49)씨는 사고를 당한 조카 B(24)씨를 찾으려고 누나를 대신해 사고 현장에 머물러 있다.

최근 취업한 이씨의 조카는 친구들과의 여름 휴가를 위해 버스를 타고 오송역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버스기사 아저씨가 차 안에 물이 차니 창문을 깨고 밖으로 나가라고 하고 있다. 너무 무섭다”는 침수 직전 친구와의 전화통화가 조카의 마지막 말이었다.

이 버스는 기존 노선이 폭우로 막히자 우회하기 위해 궁평2 지하차도를 이용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조카가 친구 1명과 버스를 탔는데 둘 다 여자라 탈출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버스가 우회하지 말고 차라리 운행을 멈췄으면 버스 승객 모두 살아있지 않았겠냐”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번 사고가 인재라며 입을 모았다.

A씨는 “지하차도에 물이 50㎝까지 차야 통제를 한다는 데 이번 같은 사고에 대처 방법이 없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미호천에서 제방 공사를 하던 구간이 터졌다는 말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주 오송 지하차도 희생자는 계속 늘고 있다.

전날 발견된 1명에 이어 이날 현장에서 시신 6구가 인양됐다. 5명은 시내버스 안에서, 1명은 물에 뜬 채로 발견됐다.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해 신원을 확인 중이다.

소방당국은 밤샘 배수 작업과 물막이 공사로 지하차도 수면 위 1m 공간을 확보, 이날 오전 6시께부터 잠수부를 투입해 실종자를 찾고 있다.

특전사 등 인력 399명과 장비 65대가 투입된 상태다.

현재까지 희생자는 7명(남자 3명, 여자 4명), 구조자는 9명이다.




[청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