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퀼란탕 씨. BBC 캡처
마리아 퀼란탕 씨(88)는 필리핀 농촌 마을 마파니퀴에 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필리핀을 점령한 일본군은 게릴라 은신처라며 마파니퀴를 급습했다. 퀼란탕 씨는 8세이던 1944년 마을 입구 한때 대저택이었지만 현재는 붉은 뼈대만 남은 이 ‘핏빛 집’에서 일본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퀼란탕 씨는 15일(현지 시간)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죽기 전에 정의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20여 명이 ‘말라야 롤라스(Malaya Lolas·자유로운 할머니들)’라는 그룹을 지어 살고 있다. 80대 후반에서 90대 초반인 이들은 모두 집에서 납치돼 ‘핏빛 집’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감금된 기억이 있다. 퀼란탕 씨는 “흙바닥에 찍힌 물소 발자국에 고인 물이 유일한 식수였다”고 회상했다.
핏빛 집. BBC 캡처
필리핀 정부는 1951년 일본과 전시 배상 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이 때문에 필리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사과와 배상을 요구할 때마다 일본은 “자국 정부 지원을 받아서 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들 노력이 모두 허사로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올 3월 필리핀 정부가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을 일본이 배상하도록 하는 노력을 소홀히 했으며 이는 피해자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말라야 롤라스 변호사 버지니아 수아레스 씨는 “(일본의) 사과는 그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어서 말라야 롤라스에는 정말 중요하다”며 “일본이 사과하도록 하는 운동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BBC에 밝혔다.
“우리는 정의를 원합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초대하는 한 우리는 노래를 계속할 것입니다.”(마리아 퀼란탕)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