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드래곤시티 친타마니홀에서 열린 2023 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의 일환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제공
최근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을 전전하다 숨지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고에 대해 응급의학과 의사들의 단체인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16일 “마치 ‘너희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환자를 받지 않으면 처벌하겠다’는 취지의 정책당국 대응은 잘못됐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가장 큰 원인은 배후 진료나 중환자실, 수술 인력 부재 등 최종 치료 인프라의 부족 때문”이라며 “불가피한 의료사고의 위험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응급의료 사고 책임보험을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의사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용산드래곤시티 친타마니홀에서 2023 의사회 학술대회 및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와 같은 응급의료진들의 대량 이탈과 지원율 하락이 심해질 경우 응급의료 체계의 붕괴는 머지않았다. 한 번 망가진 시스템을 고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고 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16일 서울 용산구 용산드래곤시티 친타마니홀에서 열린 2023 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의 일환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제공
의사회는 “민·형사소송의 두려움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응급상황의 명백한 과실이 없는 의료행위에 대한 면책을 확대하고, 불가피한 의료사고의 위험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응급의료 사고 책임보험을 도입하라”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우리는) 응급의료 체계 붕괴를 막기 위한 절박한 심정”이라며 “환자 수용 결정은 의료행위의 연장일 뿐, 법적인 강제의 대상이 아니다. 수용 여부를 경찰 수사의 대상으로 삼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의사회는 응급실이 항상 붐비는 ‘과밀화’ 문제가 △무제한적인 병원 선택권 △상급병원 선호 현상 △비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와 보상체계 △경증 환자를 담당할 1차 의료의 붕괴 △중증도가 아닌 편의를 고려한 응급실 이용문화 등 복합적 원인에 의해 생긴 현상이라고도 주장했다.
이형민 의사회장은 “코피가 나도 119를 타고 온다. 구급차가 택시인가, 봉고차인가. 현재 ‘119를 타고 오는 환자는 응급환자’라는 서로 간의 믿음이 사라진 시대”라고 꼬집었고, 최석재 홍보이사도 “119가 환자를 적재적소에 데리고 가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진료 후 청구 방식을 제시했다.
16일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이 서울 용산구 용산드래곤시티 친타마니홀에서 열린 2023 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응급의학과도 폐업하나요?’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배워서 해야 하는 개원’을 제목으로 피부미용 개원모델이나 통증주사 치료, 항암치료에 대한 강의가 마련되기도 했다. 많은 의료진의 응급의료 현장 이탈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국내 1호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이동필 전(前) 계명대 교수는 별도의 발표를 통해 △시급 환자 진료 체계 도입 △응급의료인 특성을 반영한 지원 및 보상 △응급의료인 주관 지역 단위 컨트롤타워 △자질 향상을 위한 타 진료과 응급 수련 △중증도 분류 및 PA(진료지원인력)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