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청주하나병원 응급실로 전날 발생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실종자가 이송되고 있다.2023.7.16 뉴스1
“목요일(13일)이 아들 생일이라 오늘 다 같이 밥 먹기로 했는데….”
16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하나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30대 남성 조모 씨의 빈소를 지키던 그의 부모는 “연락이 안 되기에 늦잠 자는 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흐느꼈다. 청주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조 씨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벌어진 15일 출근하기 위해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를 지나다가 참변을 당했다. 조 씨 부모는 “사고 전날 주말에 맛있는 거라도 먹자고 통화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차라리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 통곡 끊이지 않는 장례식장
16일 청주 곳곳에 마련된 지하차도 침수 사고 피해자 장례식장에는 유가족들과 지인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사고로 선생님을 잃은 아이들이 빈소를 찾기도 했다. 청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 씨(30)는 임용고시를 보는 처남을 시험장에 데려다 주기 위해 운전하다가 지하차도에 들어섰다. 그러다 갑자기 들이닥친 물 때문에 차량이 지하차도에서 침수됐다. 처남은 간신히 헤엄쳐 물밖으로 나올 수 있었지만, 김 씨는 끝내 나오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그의 장례식장엔 그가 가르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학부모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일부 학생들은 조문 중 단체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 씨의 이모부 유모 씨(60)는 “착한 성격에 좋은 선생님이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말을 흐렸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연락 안 돼” 실종자 가족들 전전긍긍
이날 오후 하나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피해자 가족들은 병원으로 구급차가 올 때마다 달려가 얼굴을 확인했다. A 씨는 “조카가 전날 KTX를 타려고 오송역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이후 연락이 없다”며 “혹시나 잘못된 건 아닌지 구급차가 올 때마다 심장이 멎는 것 같다”고 했다. 큰아들과 연락이 안 된다는 김모 씨(75)는 “오창읍에서 치과 의사로 일하는 아들이 출근길에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면서 “엄마에게 매일같이 연락하는 효자였는데, 사고 이후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애통해했다. 유족들은 폭우에도 도로를 통제하지 않은 지자체의 미흡한 대처가 사고를 키웠다고 비판했다. A 씨는 “사고 전날부터 폭우가 쏟아졌는데 왜 하천 근처 도로를 통제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앞에서 기다리던 박모 씨는 “장모님 마지막 위치가 오송지하차도로 표시되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안 된다”며 “지난해 포항 주차장 사고처럼 지하 시설 사망 사고는 매년 반복되는데 개선이 안 되다 보니 피해자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청주=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청주=이정훈 기자 jh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