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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율 0.195 먼시가 한국 학교에 다녔다면? [광화문에서/황규인]

입력 | 2023-07-16 23:54:00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야, 너 맨날 주머니에 계산기 넣고 다닐래?”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산수 시간이었다. ‘계산기가 있는데 이런 문제를 왜 계속 풀어야 하냐?’고 푸념하는 친구에게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틀렸다. 이제 우리는 정말 매일 주머니에 계산기를 넣고 다닌다. 스마트폰에서 계산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보자. 49÷251=?

반올림하면 0.195가 정답이다. 맥스 먼시(33·LA 다저스)가 15일까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기록한 타율이 0.195(251타수 49안타)다. 타율 0.195는 MLB 전체 타자 가운데 ‘뒤에서’ 3등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올해만 이런 것도 아니다. 먼시는 지난해까지 MLB에서 7년을 보내면서 3년은 1할대 타율에 그쳤다.

이런 선수가 어떻게 계속 살아남은 걸까. 힌트는 MLB 공식 홈페이지(MLB.com)에서 찾을 수 있다. MLB.com에서 기록 페이지를 열면 OPS(출루율+장타율) 순서로 타자가 등장한다. OPS는 세이버메트릭스(야구통계학)에서 타자 평가에 쓰는 기본 지표다. 먼시는 OPS 0.802로 공동 51위다. MLB에는 30개 팀이 있으니까 먼시는 어느 팀에서든 ‘넘버 2’ 정도의 타자가 된다.

OPS보다 정확하다고 평가받는 ‘조정 득점 창출력’(wRC+)은 어떤 타자가 리그 평균보다 얼마나 잘하고 못했는지 알려준다. 먼시는 wRC+ 118을 기록 중이다. 리그 평균보다 18%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는 뜻이다. 먼시가 안타를 치지 못할 때도 볼넷 등으로 출루에 성공하고, 안타를 자주 못 쳐도 장타를 치는 일이 많아 생기는 일이다.

한국 프로야구 OB(현 두산)에서 뛴 최동창(58)은 반대 케이스였다. 최동창은 1990년 0.188, 1991년 0.257, 1992년 0.276으로 매년 타율을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wRC+는 124, 101, 96으로 해마다 줄었다. 1993년 wRC+는 129로 반등했지만 타율이 0.246으로 떨어지자 OB는 그를 ‘꼴찌 팀’ 쌍방울로 트레이드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은 “모든 사람은 천재다. 그러나 물고기에게 ‘너는 왜 나무를 잘 타지 못하냐’고 따지면 자기가 멍청하다고 생각하면서 평생을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wRC+로 보면 최동창은 먼시만큼 좋은 타자였다. 그러나 타율이 주요 평가 잣대였기에 장점을 살리는 대신 단점을 줄이는 데 매달려야 했다.

여전히 모든 학생을 똑같은 시험 문제로 평가하는 한국 교육 시스템은 얼마나 다를까. 게다가 시험 문제는 기본적으로, 심지어 ‘킬러 문항’도, 누군가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언제든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아무도 몰랐던 정답을 찾아내는 존재 아닌가.

수학이 중요하고 또 중요한 인공지능(AI) 시대에, 수많은 초등학생이 ‘닥수’(닥치고 수학) 모드로 공부하면서도, 대부분이 하얀 ‘의사 가운’만 꿈꾸는 데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일단 한 줄로 서’라고 소리치는, 교육 시스템 잘못은 없을까.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